2002월드컵축구 한.일 공동개최 결정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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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002월드컵의 한.일공동 개최는 국제축구연맹(FIFA)내부의 뿌리깊은 갈등과 반목,특히 아벨란제 FIFA회장-요한손 유럽축구연맹(UEFA)회장간의 권력투쟁과 그 타협과정에서 나온 부산물이라 할 수 있다.
한.일 양국은 처음부터 단독개최를 전제로 유치작업을 진행해왔고 UEFA가 FIFA 집행위원회에서 월드컵 공동개최안 상정을결의하기 전까지는 현안으로 떠오르지 않았다.
UEFA는 22년에 걸친 아벨란제회장의 전횡과 TV중계권료를비롯한 각종 이권사업 결정의 불투명성에 이의를 제기하며 범유럽표 결속을 통해 개혁 관철을 시도해왔다.2002월드컵 공동개최안 역시 개최지 분산과 이권사업계약의 다원화를 통해 아벨란제회장의 독자적인 사업 결정을 견제하고 나아가 아벨란제회장의 힘을약화시킴으로써 그를 권좌에서 밀어내기 위한 히든 카드로 구상된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FIFA가 2002-2006월드컵의 TV중계권자로 ISL을 비밀리에 확정,밀약을 끝냈다는 정보가 유포되면서 UEFA의 강력한 반발이 가시적인 형태로 터져나왔고 FIFA 개혁파의 주장은 단순한 개혁 차원을 넘어 아벨란 제 축출론으로까지 확대됐다.
그동안 아벨란제회장은 개혁파가 쟁점으로 부각시킨 3대현안(수익의 공정배분,TV중계권자 선정의 투명성 보장,월드컵 공동개최)에 대해 「절대 수용불가」를 밝히며 초강경 입장을 고수해왔다. 아벨란제회장의 프리미엄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일본 역시 줄기차게 단독개최를 주장하며 아벨란제회장의 주장에 동조함으로써 개혁파의 표를 포기하고 말았고 한국은 정몽준회장이 개혁파의 선봉그룹을 형성하면서 첨예한 대립이 이어졌다.
아벨란제회장의 강경자세는 유럽.아프리카.아시아.북중미 4개대륙에 걸친 개혁세력의 단합을 가능케 했고 특히 TV중계권료 문제는 일본 성향의 데이비드 윌 FIFA부회장(스코틀랜드)까지 개혁파로 전향시키고 말았다.
세(勢)불리를 느낀 아벨란제회장은 FIFA 개혁파 끌어안기를시도하는 한편 남미세력을 중심으로한 지지세력을 다짐으로써 마지막까지 개혁파 분열을 시도했으나 유럽쪽의 승부카드였던 공동개최안 상정을 저지하는데 실패하자 타협으로 자세를 전환하게 된 것이다. 아벨란제의 이같은 자세 전환은 FIFA가 TV중계권과 광고권을 분리하겠다는 타협안을 내놓으면서 구체적인 형태로 나타났고 이 문제의 핵심을 흐리면서 회장직 사퇴요구라는 최악의 사태를 간신히 모면,막판 대타협의 형태로 극한대립을 미봉 하는데성공한 것이다.
이런 추이를 지켜봐온 한.일 양국은 피차 단독개최 의지를 강력히 천명하면서도 FIFA 결정을 전제로 공동개최를 수용할 자세임을 밝혀 「무리수를 두어 모두를 잃기보다 절반의 승리라도 얻어내자」는 현실적인 판단을 내렸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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