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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최고 권위 양보없는 한판승부-왕위전 도전7번기 개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5면

유창혁(劉昌赫)왕위가 5연패에 성공할 것인가.아니면 강력한 도전자 이창호(李昌鎬)7단이 4년간의 방황을 끝내고 왕위에 복귀할 것인가.
국내 최대의 제30기왕위전 도전7번기가 27일 한국기원에서의제1국을 시작으로 격전의 막을 올린다.오전10시부터 바둑TV(채널 46)에서 생중계한다.劉왕위가 5연패에 성공하면 그는 김인(金寅)9단.조훈현(曺薰鉉)9단에 이어 왕위전 30년 사상 세번째로 명예왕위에 오르게 된다.하지만 李7단도 이번만은 「왕위전 징크스」를 털어버리고 1인자답게 랭킹1위 타이틀인 왕위를얻기 위해 오랫동안 칼을 갈아왔다.
왕위 타이틀을 둘러싼 유창혁대 이창호,그리고 조훈현의 싸움은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이 해에 1인자였던 曺9단에게 약관16세의 이창호가 도전해 혈전끝에 4대3으로 타이틀을 쟁취한다.「조훈현시대」가 황혼을 맞이하고 「이창호시대 」가 도래했음을알리는 명승부였다.
이듬해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이창호는 차츰 강해져 타이틀 수를 늘려가고 있었으나 최대 타이틀인 왕위전에서 라이벌 유창혁의도전을 받고 허물어진다.스코어는 역시 박빙의 4대3.「공격」의유창혁은 여름 햇살처럼 강렬한 바둑으로 겨울 산맥같은 이창호의「기다림」을 녹여버렸다.
그 승부가 징크스의 시작이었을까.李7단은 더욱 강해져 완벽의경지에 들어섰다는 평가를 받았고 그리하여 스승 조훈현의 모든 타이틀을 인수한 뒤 「천하통일」을 앞두게 됐다.하지만 마지막 남은 유창혁의 「왕위」만은 요지부동이었다.
93년엔 도전권 쟁취에도 실패했고 94년엔 도전에 성공했으나타이틀전에선 4대2로 완패했다.지난해엔 曺9단에게 패해 또다시도전권마저 얻지 못했다.기록제조기 李7단은 타이틀전마다 승리해13관왕에 이르렀으나 한많은 왕위 때문에 스 승이 세번이나 이룩한 천하통일만은 끝내 실패했다.이것이 바로 유명한 이창호의 「왕위전 징크스」다.
바꿔 말하면 劉7단은 다른 모든 타이틀전에서 李7단에게 패했으나 왕위전에선 승리해 『큰 승부에 강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는 어떻게 될까.
李7단은 이달 들어 曺9단에게 4연패당하다 왕위전 도전자결정전에서 동률 재대결끝에 曺9단을 꺾고 힘겹게 도전자가 됐다.최근의 승률과 컨디션이 분명 좋은 것은 아니다.
劉왕위는 올해 상승세다.그는 지난 3월 KBS바둑왕전에서 李7단을 2대0으로 꺾고 우승했고 4월엔 應씨배세계대회 8강전에서 李7단을 누르고 준결승에 올랐다.5월의 아시아TV바둑 결승에선 李7단에게 패해 우승컵을 놓쳤지만 「劉-李 상대전적」에서보듯 매년 크게 밀리다 올해만은 우세한 전적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프로기사들은 이런 모든 것 즉 劉왕위의 상승세와 李7단의 흔들림,그리고 李7단의 왕위전징크스까지를 포함해 『승부는비로소 5대5』라고 말한다.프로들의 이창호에 대한 믿음은 하해와 같고 왕위전 4연패에 빛나는 유창혁이란 존재 역시 강력하기만 하다.결국 승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는 얘기다.
우승상금은 3천만원.도전기대국료는 劉왕위 1천만원,李7단 5백만원.그러나 李7단은 본선리그 1위상금으로 이미 1천4백25만원을 확보하고 있어 우승했을 때 劉왕위는 4천만원,李7단은 약5천만원을 받게 된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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