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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산하를 뒤덮는 행락쓰레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지난 24일 밤 잠실 주경기장에 모인 8만여명의 축구팬들은 월드컵에 대한 우리의 열망을 세계에 한껏 과시했다.만약 국제축구연맹 집행위원들이 이날의 광경을 보았더라면 깊은 감명을 받았을 것이고,축구에 대한 열기를 기준으로 개최지를 선택한다면 단연 한국을 꼽겠다는 생각을 가졌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열광과 감동은 8만 관중이 자리를 떠나자 마자 바로 심한 혐오감과 자괴감으로 바뀌었다면 과장일까.그 좋은 스탠드를 단번에 쓰레기장으로 만들어버린 그 영점(零點) 질서의식을 보고는 누구라도 마음이 싹 달라지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세상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데도 좀처럼 달라지지 않고 있는게 바로 엉망진창인 행락질서다.징검다리 연휴였던 지난 사흘동안전국 유원지.관광지.산과 계곡 등은 행락 무질서로 인해 또 한차례 몸살을 단단히 앓았다.취사금지 팻말 바로 옆에서도 태연히고기를 굽질 않나 귀한 꽃이나 풀이라면 서슴지 않고 캐질 않나.그러면서도 쓰레기는 아무런 죄의식도 없는양 마구 버려둔채 떠나버리니 오염은 갈수록 심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무질서로 인해 최근 개장한 일산 호수공원이나 주민에게 개방한 서울대등에는 곳곳에 쓰레기가 쌓여 악취를 풍기고 있다.
한라산의 한란은 이미 멸종상태고 태백산 꼭대기의 주목마저 잘라가고 뽑아간다고 한다.
이제 새로운 한주일을 시작하면서 모두가 우리들의 한심한 행락질서와 놀이문화수준을 생각하며 개선의 방법을 궁리해볼 필요가 있다.당국으로선 지속적인 단속과 처벌로 최소한 무질서와 자연훼손이 법에 어긋나는 행위라는 것만은 철저히 주지시 켜야 한다.
아울러 폭발적으로 늘어가는 행락인구에 비추어 행락질서에 관한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교육및 계몽대책도 나와야 하겠다.현재의 무질서를 그대로 방치하다가는 자연훼손 뿐아니라 전체 사회기강까지흐트러질 위험성이 있다.놀되 잘 놀줄 아는 것이 바로 선진화의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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