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식량문제에 카터 또 나서-조사단 訪北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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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북한 식량난이 위기국면으로 치닫는 가운데 「카터 변수」가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특히 워싱턴과 국제사회에 대한 지미 카터 전 미국대통령의 영향력을 감안할 때 그의 행보 여하에 따라한.미.일 공조체제가 흐트러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카터 전대통령은 북한 식량문제에 대해 2단계로 구성된 카터해법(解法)을 구상중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우선 그는 1단계로 다음달 애틀랜타 카터센터 관계자로 구성된식량조사단을 북한에 파견할 예정이다.방일중인 카터는 24일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일본 총리에게 『우리는 이 조사단의 조사결과를 일본에 통보해 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카터는 조사결과를 토대로 평양 또는 제3의 장소에서 CNN에출연,국제사회에 대북(對北)식량지원을 호소하는 2단계 복안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카터는 지난 94년6월 평양 방문때에도 CNN과 함께 방북해 효과를 극대화했던 경험이 있 다.
카터의 이같은 전략은 결과적으로 기존 「4자회담=식량지원」연계 고리를 느슨하게 만드는 효과를 낼 것으로 우리 정부관계자들은 분석,우려하고 있다.현재 한.미.일 3국은 표면적으로 『북한이 4자회담에 응해오기 전에는 식량 지원은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카터가 식량난에 시달리는 북한주민의 생생한 화면을 배경으로 수천만 CNN시청자를 대상으로 식량지원을 호소할 경우 상황이 변할 개연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대북 식량지원을 거부하는 한국이 인도적 차원에서 몰리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통일원.외무부등 관계부처는 카터의 대북 행보에 대해 『정부가왈가왈부할 사안이 아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이미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온 카터 전대통령이 민간인 자격으로 어떤 행동을 하든 정부가 일일이 나설 계제가 못된다는 것이다 .
그러나 실제로는 카터가 평양을 방문해 기존 한.미.일 공조체제를 흔드는 것은 물론 정부 입장을 난처하게 만드는 모종의 행동을 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외교안보원의 한 전문가는 이 문제와 관련,『기존의 한.미.일 공조체제는 국 제사회에서 우리가 악역(惡役)을 맡는 구도』라며 『정부도 카터의 일거수 일투족에 신경쓰지 말고 기존 게임의 틀 자체를 바꾸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결국 카터 전대통령의 이같은 계획은 타이밍이 성패여부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만일 그가 조사단을 북한에 파견하고 국제여론에 호소하는 6월중에 북한이 4자회담을 수용할 경우 식량문제는 잘 처리될 전망이다.
그러나 평양이 7월까지도 4자회담에 대해 침묵을 지킬 경우 카터는 물론 북한과 한.미.일 모두 제 힘으로는 풀기 힘든 실타래에 얽혀들 것으로 보는 관측이 우세한 실정이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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