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로고 나간 날 한국 우승해 감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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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이달 8일에서 24일까지 베이징올림픽이 열리는 동안 사이버공간에서 단연 화제가 된 것은 매일 바뀌는 구글의 올림픽 기념 로고였다. 특히 한국 네티즌들은 한국선수가 메달에 도전하는 날이면 마치 미리 준비한 것처럼 해당 종목이 로고 소재로 등장하는 ‘기막힌 우연’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는 ‘구글 두들(google doodle·구글의 낙서)’로 불리는 기념일 로고의 디자이너가 한국계 웹마스터 황정목(30·미국이름 데니스 황·사진) 씨인 점과 무관치 않다. 황 씨는 “솔직히 팔이 안으로 굽은 측면이 있다”라며 “한국인들이 어떤 종목에 관심이 많은지 잘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매일 새 로고를 내놓느라 올림픽 기간 하루 서너 시간밖에 못 잤다는 그를 전화와 e-메일로 인터뷰했다. 그에게 로고 디자인은 일종의 취미활동이다. 본사에서 전 세계 모든 구글 웹페이지를 총괄하는 인터내셔널 웹마스터가 그의 본업이다.

-올림픽 로고 캐릭터로 12지신을 활용했다.

“동양적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서였다. 로고마다 한자로 ‘구글’이라 쓴 낙관 이미지를 넣은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올림픽에 참가하는 158개국 국민 누가 봐도 거슬리지 않으면서 재미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17개 로고 중 한국인의 관심이 큰 역도·배드민턴·태권도·야구 등이 모두 들어갔다.

“소재 선택의 첫 기준이 되도록 비인기 종목을 고른다는 거였다. 다이빙·카누·링체조 등을 고른 것도 그 때문이다. 무술 종목의 대표 격으로 태권도를 고른 건 솔직히 내가 한국계이기 때문이다. 신기한 건 특정 종목의 로고가 나간 당일이나 하루 이틀 뒤 한국이 번번이 해당 종목에서 금메달을 땄다는 것이다. 배드민턴 로고가 나간 이틀 뒤 이용대·김효정 선수가 혼합복식에서 우승했고, 태권도 로고가 나간 날 황경선 선수가 금메달을 땄다. 야구 로고가 나간 날에는 한국이 전승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나로서도 가슴 벅찬 순간이었다.”

-8월15일엔 한국 사이트에만 광복절 로고를 내걸었다.

“로고 디자인을 시작한 2000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광복절 로고를 만들어왔다. 이번엔 정말 바빴지만, 그냥 지나갈 수가 없었다. 올 광복절 로고는 수많은 한국인이 대형 태극기를 들고 있는 형상으로 디자인했다. 2002년 월드컵 당시 길거리 응원에서 영감을 얻었다.”

-광복절은 물론 삼일절·한글날·추석·설날 등 한국 경축일을 잊지 않고 챙기고 있는데.

“2001년 광복절 로고에 태극기와 무궁화를 넣었더니 일본 네티즌들로부터 ‘구글 사이트가 (한국 네티즌들에게) 해킹을 당한 것 같으니 당장 조치를 취하라’라는 긴급 메일이 날아왔다. 일본인들로서는 구글 본사 웹마스터가 태극기 로고를 채택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나보다. 어느 해 11월엔 고국의 가을이 그리워 낙엽과 단풍을 테마로 한 로고를 걸었더니, 호주에서 ‘여기는 봄인데 웬 단풍이냐’라는 항의 메일이 오기도 했다.”

부모의 미국 유학 중 테네시주 녹스빌에서 태어난 황 씨는 다섯 살 되던 해 귀국해 경기도 과천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중학교 2학년 때 다시 미국으로 이주해 스탠퍼드대에서 순수미술과 컴퓨터 과학을 전공했다. 대학 3학년 때인 1998년 구글에 입사한 그는 2000년 취미로 만든 기념일 로고가 크게 성공하면서 능력을 인정받아, 인터내셔널 웹마스터 자리에 올랐다.

이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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