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직후 달려와 '관심' 과시…가까워진 한·미 관계 견제 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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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방문은 여러 가지 점에서 눈길을 끈다. 우선 방한 중 일정이다. 후 주석은 이명박 대통령과 25일 정상회담을 한 후 26일 서울숲을 찾는다. 서울숲은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 때 구상, 설계한 곳이다. 중국이 먼저 제안해 일정이 잡혔다고 한다. 이를 통해 친(親)환경 이미지를 부각시킨다는 효과를 노린 것 같다. 하지만 이런 효과에 못지않게 중국 측의 성의에 주목해야 한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정부 관계자는 “서울숲은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직 시절 작품이다. 중국 측이 숙고 끝에 장소를 골랐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청계천은 경호 문제가 있어 고려 대상에 오르지 않았다.

후 주석의 방한은 쓰촨(四川)성 대지진과 올림픽 때문에 미뤄졌다 이번에 이뤄진 것이다. 그는 서울 방문이 끝나면 곧장 상하이 협력기구 참석을 위해 중앙아시아로 달려가야 한다. 외교 일정 재개의 첫걸음으로 한국을 선택한 데 대해 정부 당국자는 “그만큼 한국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징표”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 취임 6개월 만에 세 번째 회담을 하는 것 역시 이례적이다.

중국이 이처럼 한·중 우호 분위기 연출에 신경을 쓰는 이면에는 이명박 정부의 외교 기조인 한·미 동맹 강화에 대한 견제 의식이 깔려 있다.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5월 이 대통령의 방중 기간 중 공식 석상에서 “냉전 시기의 군사 동맹으로는 역내에 닥친 안보 문제를 처리할 수 없다”고 말했을 정도다. 후 주석의 외교 노선은 주변 환경의 절대적인 안정을 중시한다. 주변국과의 관계를 다진 연후에 세계 무대에서 대국으로서의 영향력을 극대화하는 외교를 펼치는 것이다.

한국으로선 한·미 동맹 강화가 결코 중국과의 관계를 등한시하는 것이 아님을 설명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양국이 5월 첫 정상회담에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의 관계 격상에 합의한 것은 그런 맥락에서다. 25일 회담에선 양국 고위급 간 정기적 전략대화 실시와 군사채널 간 핫라인 구축 등 전략적 관계의 구체화 방안이 주로 논의될 전망이다.

후 주석은 또한 덩샤오핑(鄧小平)에 의해 발탁된 인물답게 실용적인 사고의 소유자란 평가를 받는다. 북한과의 관계에서도 전통적 혈맹 관계를 강조했던 전임자들과 달리 정상적인 국가 대 국가의 관계로 접근한다.

그가 주석직에 오른 2003년 3월은 북핵 2차 위기가 시작된 직후였다. 6자회담이란 체제가 구축되고 중국이 의장국을 맡게 된 것은 1990년대 1차 핵 위기 때 “북·미 간의 일”이라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던 것과 달라진 부분이다. 후 주석은 6자회담을 통해서도 중국의 외교적 영향력을 확고히 굳히는 동시에 미국과도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 핵실험 등으로 6자회담이 고비에 처할 때마다 평양에 특사를 보내 회담 복귀를 설득한 것도 후 주석이었다. 후 주석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핵 신고서 검증 문제를 놓고 다시 소강 상태에 빠진 6자회담에 어떤 진로를 제시해 줄지 주목된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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