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봤습니다] ① 미쓰비시 랜서 에볼루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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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외관은 무척 세련됐다. 앞부분을 옆에서 보았을 때 하단부보다 상단부가 더 앞으로 돌출돼 공격적인 인상을 준다. 돌고래를 연상케 한다고 할까. 역사각형의 커다란 검정 라디에이터 그릴은 강인함을 부각시킨다. 외관 디자인만큼은 유럽차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균형미와 모던함을 지니고 있다.

실내 인테리어는 랠리 스포츠카의 분위기가 흠씬 묻어 나온다. 전동장치를 극소화해 시트도 수동으로 조작한다.두꺼운 느낌이 나는 가죽 핸들과 변속 레버의 질감이 수준급이다. 검정으로 통일감을 준 실내 인테리어에 오렌지색 계기판 색깔은 모든 주행정보를 한눈에 알아 볼 수 있어 편리하다.

이 차의 엔진은 현대차·다임러크라이슬러와 공동 개발했다. 하지만 세부적인 부분에서 미쓰비시가 별도로 손질을 했다. 현대차 엔진과 같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미쓰비시 특유의 가변밸브(MIVEC)에 터보를 달았다. 배기량은 2000cc지만 최대 240마력이 나온다.

시동을 걸면 ‘드르렁’하는 터보 특유의 엔진음이 들려온다. 살짝만 엑셀을 밟아도 터질 듯 튀어 나간다. 이 차의 가장 큰 특징은 1980년대 이후 세 번의 모델 변경을 거치면서도 줄곧 고수하는 사륜구동이다. 엔진을 가로로 배치해 앞쪽에 무게가 쏠린 전륜구동의 약점을 차체를 가로지르는 카본 소재의 프로펠러 샤프트를 통해 균형을 잡았다.

엔진회전수가 4000rpm을 넘어가면 특유의 터보음이 실내 깊숙이 들어온다. 터보에 익숙지 않은 운전자는 정숙성이 떨어진다고 할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스포츠카는 이런 깊은 엔진음과 배기음이 운전의 재미를 더해준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 6초면 충분하다. 시속 200㎞에서도 도로에 밀착하는 접지력은 일품이다. 코너링에선 달리는 즐거움을 한껏 맛볼 수 있다. 사륜구동과 터보 엔진이 절묘하게 균형을 이뤄 생각지 못한 속도로 코너를 빠져 나갈 수 있다.

연비는 L당 10㎞. 국내 시판 가격은 4000만원대가 될 전망이다. 한국 소비자들이 달리기 성능에만 집중한 랜서 에볼루션을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해진다.

도쿄=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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