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득점 편법 양산 재시험 잇따라-고교종합기록부 공신력추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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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교육개혁에 따라 올해 첫 도입된 종합생활기록부가 학생들의 입시 내신성적을 유리하게 하기 위한 일선 학교의 변칙 성적평가로잇따른 재시험 소동을 불러 새 제도의 공신력에 흠집을 남기게 됐다. 대구 경상고와 서울 예원학교,대원.대일 외국어고 등 4개교에 이어 서울 한영외국어고도 24일 전학년 중간고사를 다시치르기로 결정해 재시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한영외고는 중간고사 채점 결과 일부 과목의 평균성적이 예년보다 지나치게 높게 나와 전학년을 대상으로 전체 평균점이 90점이상인 6~7개 과목에 대해 28,29일 재시험을 치르기로 했다.이처럼 재시험 소동이 잇따르자 일선 교육계에 서는 종합생활기록부 성적산출방법의 구조적인 허점이 원인이라는 지적과 함께 부작용 방지를 위한 제도적인 보완장치가 뒤따라야 한다는 주장이제기되고 있다.
◇제도적 허점=종합생활기록부는 교과목별 석차 백분율 성적을 산출하되 고교학업성적 관리지침에 따라 「동점자는 동석차 처리」한다.이같은 성적산출방법은 결국 학교마다 시험을 쉽게 출제하거나 출제예상 문제를 알려주는 등의 편법을 통한 고 득점자 양산을 부추길 수밖에 없다.
예컨대 학년 전체인원이 1백명인 학교에서 어느 과목의 만점자가 10명인 경우 이들이 모두 최고등위를 받아 석차백분율이 1%가 되고,차점인 99점을 받은 학생이 20명이면 이들은 모두11등으로 간주돼 석차백분율이 똑같이 11%가 되는 것이다.절대평가하는 학업성취도평가(수.우.미.양.가)도 90점 이상을 받은 학생은 전원 「수」를 받도록 돼있어 맹점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제도보완 요구=변칙 성적평가는 입시 경쟁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교육당국의 지도감독과 처벌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게 일선 교육계의 공통된 목소리다.따라서 무엇보다 학교 스스로 고득점자가 많이 나오지 않게 정상적인 평가를 하도 록 제도적 장치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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