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PC통신토론방>재즈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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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재즈 열풍을 진단하기 전에 먼저 재즈의 정의부터 짚고 넘어가지요. 홍상희:재즈는19세기 말~20세기 초 미국으로 건너오게 된 아프리카 흑인 노예와 크레올(프랑스인과 흑인의 혼혈)에의해 미국의 뉴올리언스로부터 연주돼왔던 음악 장르라고 간단히 정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소라:재즈도 록이나 팝.칸초네처럼 음악의 한 장르입니다.재즈는 다른 장르에 비해 상당히 자유롭고 같은 사람이 연주를 하더라도 연주하는 시간이나,장소나,그때 그때의 기분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나는 그런 음악입니다.
-사회 전반에 재즈 열기가 번져가고 있는 듯 한데….
홍:지난해 가을께부터 재즈열풍이 가속화되기 시작했지요.요즘 말하는 재즈열풍은 단지 재즈란「이미지」열풍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고도의 상업주의적 계산과 맞물려 정작 재즈란 음악장르와는 거리가 먼 영화.카페.화장품,최근엔 의류제품에 이 르기까지 재즈라는「이미지」의 열풍 현상이 불고 있어요.
이:그동안 재즈를 연주해온 사람들은 나이가 많은 관록있는 사람들이었는데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게 된 이유는 CF나 드라마에서 재즈 열풍이 시작됐기 때문입니다.화장품 선전이나 고급스러운카페에서 이런 그림에 어울리는 음악으로 재즈풍 음악이 짧게 짧게 감각적인 부분들만 쓰였기 때문에 요즘 대중들이 재즈의 극히일부분만을 보고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이소라씨가 우리 시대의 재즈 열풍을 이끌어가는 선두주자라는데에는 이론이 없을텐데요.
이:사실은 저도 거품입니다.저는 재즈와 다른 좀 더 젊은 세대들이 좋아하는 강렬한 장르의 음악들을 더 좋아합니다.제 목소리가 재즈에 적당하고 새 앨범에서 그러한 면을 부각시켰기 때문에 그렇게 표현되는 것 같군요.
-재즈 열풍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홍:요즘의 재즈 열풍은 상업주의 발상에서 시작된 것 같아요.
이른바 신세대라 불리는 소비세대를 타깃으로 재즈라는 색다른 「이미지」의 상품을 내놓고 재즈 열풍을 더욱 부채질한 거죠.물론오래 전부터 활동해온 재즈 음악가들이,또한 해외 유학파들이 귀국해 활동하게 되면서 정통 재즈바 공연이나 소규모 공연등을 통한 재즈의 대중화 노력도 분명 있었지만 아무래도 최근의 재즈 열풍은 재즈에 대한 음악적 접근이 아니라 단지 그 이미지를 상품판매에 이용하고 있는 성향이 강합 니다.
서진근:재즈에 담긴 자유의 혼 역시 최근의 대중에게 깊이 어필했던 것 같습니다.또한 재즈 열풍이 거품이라는 평에 대해서도그다지 동의하지 않습니다.문화는 항상 여러 형태의 문화가 한데엉켜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재즈 역 시 우리나라의 문화와 엉켜서 하나의 형태로 자리잡아나가게 되겠지요.
김동주:재즈 역시 언젠가는 유입될 외국문화가 지금 상당히 빠른 속도로 들어오고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거품이라는 표현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재즈 열풍이 언젠가는 우리에게 알맞은 형태로 정착될 것이고 보면 현재는 하나의 과도기라고 보아 야 하겠지요. -재즈는 한국문화와 어떤 상태로 만나 자리를 잡아갈까요.
김:저는 한국문화와 재즈가 특별한 연관이 없다고 봅니다.우리나라에선 사물놀이와 스윙의 경쾌한 리듬이 맞물려 연주되는등 협연을 가끔 볼 수 있지요.여기에 접목이다,융화다 하며 떠들썩하기도 한데 실은 접목이나 융화보다 양쪽을 함께 그 저 색다르고재미있게 연주해 달라보였을 뿐입니다.
홍:문제는 재즈 열풍이 필요이상으로 왜곡,해석된다는 것이죠.
현재의 우리 재즈는 현상에 더해 세칭「거품」을 일구는 상업성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사실 아직 대중화의 기반을 마련했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 시간이 흐르면서 상업주의의 내용과 형식을 극복해 자유를 추구하는 현대인,그 가운데서■ 젊은 세대의 새로운 문화적 흐름으로 자리잡게 될 것입니다.
서:상업주의에 의해 불어오고 있는 지금의 이상 열풍은 오래지않아 한풀 꺾일테고,그러면서 곧바로 재즈도 본연의 모습으로 여러 장르의 음악처럼 자리잡게 되겠지요.재즈는 사실 가장 비상업적인 음악입니다.연주도,감상도 쉽지 않은 음악이 지요.
김:재즈 수요는 지금보다 많이 줄어들 겁니다.하지만 최근의 열풍을 통해 재즈를 경험했던 사람들은 이전보다 더욱 많아지겠지요.재즈 역시 하나의 음악입니다.재즈는 특별한 무엇이 아니라 단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기호 대상중 하나일 뿐입니다.순수하게 재즈를 좋아하는 재즈 애호가들이 그 폭을 넓혀가면서 재즈의 대중화는 점차 제영역을 찾아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으리라 생각합니다.
-긴 시간동안 진지한 토론 감사드립니다.
진행.정리 고규홍 편집국 독자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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