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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여행>風塵-바람과 먼지 속세를 뜻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5면

風은 모든(凡) 벌레(훼)라는 뜻이다.옛날 중국 사람들은 바람의 조화(造化)에 의해 벌레가 태어난다고 믿었다.그들은 또 바람이 8방에서 분다고 여겨 팔방풍(八方風)이 있다고 했으며 벌레는 각 방향의 바람을 골고루 받고 태어나기 때 문에 벌레가태어나기 위해서는 만8일이 지나야 한다고 믿었다.
따라서 風은 모든 생물체를 탄생시키는 「바람」을 뜻한다.風力(풍력).風船(풍선).風土(풍토).微風(미풍).薰風(훈풍)이 있다. 塵은 사슴(鹿)을 뜻하는 鹿(록)과 土의 결합이다.사슴이란 놈은 겁이 많아 무리를 지어 살면서 걸핏하면 달음박질이다.塵은 바로 「사슴이 무리를 지어 달릴 때 나오는 흙먼지」가 아닌가(94년7월29일자 「紅塵」참고).그래서 塵은 「 흙먼지」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塵埃(진애).塵土(진토).粉塵(분진).集塵機(집진기)가 있다.
따라서 風塵이라면 「바람에 흩날리는 먼지」다.바람이 불어서 그럴 수도 있겠고 전쟁이나 소동이 나서 그럴 수도 있겠다.또 반고(班固)같은 이는 인마(人馬)가 분주하게 다니는 장안(長安)의 번화한 모습을 보고 「紅塵」이라고 표현했다.
「검붉은 먼지」다.그 어느 것이든 고달픈 세상살이가 펼쳐지는속세(俗世)의 모습이 아닐까.
「이 風塵 세상을 만났으니…」 대중가요의 한 구절이기도 하다.생활에 여유가 생기면서 우리는 각종 공해에 시달리고 있다.먼지 오염이 심각하다는 보도도 있었다.이제는 風塵에다 오진(汚塵.오염된 먼지)까지 뒤집어 쓰고 살아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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