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리덩후이총통 취임과 정국향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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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리덩후이(李登輝)총통이 취임식을 마침에 따라 대만 정가는 새로운 내각 구성과 대(對)중국 화해 방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 역사상 첫 민선 총통 취임식이라는 수식어와는 달리 각국의 축하사절단은 「조촐한」 규모였으며,이를 놓고도 중국은 외교 채널 등을 통해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축하 사절단=대만 외교부는 미국.일본 등 모두 40개 국에서 4천여명의 축하사절단을 파견했다고 발표했다.그러나 각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우는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지명도가낮은 인사들을 파견했다.또 총통 취임식에 참석한 각국 인사들 중 상당수는 반공단체인 세계자유민주연맹 총회 참석차 연맹 초청으로 대만을 방문한 사람들이었다.
미국에서는 공화당 대선 후보인 봅 도울이나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참석이 예상됐으나 결국 빌 클린턴 대통령의 측근인 버논조던 변호사가 7명의 비공식 사절단만 이끌고 대만을 찾았다.
전 총리급 인사를 파견하리라던 일본도 다무라 하지메(田村元)전 중의원의장을 보냈다.
한국에서는 정재문(鄭在文)신한국당 의원 등이 방문했다.
◇내각 구성=새 내각 명단 발표는 2~3개월 뒤로 미뤄졌다.
다음달 15~16일로 예정된 제1야당 민진당(民進黨)전당대회에서 제7대 당 주석이 선출된 후 야당 인사들을 내각에 영입하기 위해서다.이와 관련,새로 취임한 롄잔(連戰)부총통이 당분간행정원장을 겸임하리란 분석이 많다.
만일 그가 행정원장을 그만 둔다면 후임에는 총통부 비서장인 우보슝(吳伯雄)과 국민당 비서장인 쉬수이더(許水德)가 유력하다는 것이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외교부장은 첸푸(錢復)대신 장징궈(蔣經國)전 총통의 서자(庶子)인 장샤오옌(章孝 嚴)이 내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장빙쿤(江丙坤)경제부장의 행정원 부원장 승진설이 유력하며 노공위(勞工委)주임인 셰선산(謝深山)은 내정부장으로 옮기지 않겠느냐는 예측이다.
◇정국 향방=지난 49년 이후 대만에 건너온 외성(外省)출신보다는 대만섬 본성(本省)인들이 주요 직책을 차지할 전망이다.
집권 국민당이 민진당 인사들을 얼마 만큼 포용할까도 관심거리다.이미 민진당의 황신제(黃信介)전 주석 등 3명이 총통부 자정(資政.정치자문역)과 국책 고문직을 요청받아 이를 수락했다.더많은 야당 인사가 입각할 경우 여야의 협조로 대만 정국은 크게안정될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대만 분리독립을 강경하게 주장하는민진당 내 펑밍민(彭明敏)의 건 국회는 점진적 독립을 주장하는쉬신량(許信良)의 미려도(美麗島)계파가 내각에 참여할 경우 당을 뛰쳐 나가 대만독립당(臺獨黨)을 창당할 것으로 전해졌다.
타이베이=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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