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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80시간 근무 … 격무 시달리는 119대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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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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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구 대조동 나이트클럽 화재 현장에 대한 경찰·소방서·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합동 감식이 21일 실시됐다. 감식이 진행되고 있는 사고 현장에 시민들이 두고 간 조화가 놓여 있다. ‘은평구민’이라고 자신을 밝힌 시민은 조화 속에 ‘당신의 숭고한 희생을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추모글을 남겼다. [사진=김성룡 기자]

서울 송파소방서에서 119구조대원으로 근무하는 전장식(46) 소방장의 일과는 오전 8시30분에 시작된다. 앞 조가 아침까지 화재 현장에 있어서 소방복을 입고 달려가 현장에서 업무 교대를 할 때도 적지 않다. 다음날 오전 9시까지 24시간 동안 관내에서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인명 구조는 전 소방장과 8명 동료들의 몫이다.

◇뜬눈으로 새벽 맞는 소방관=전 소방장은 지난달 11일 하루 종일 출동을 했다. 폭염 속에서 말벌집을 제거하고 열쇠를 잃어버린 사람들을 위해 문을 따줬다. 오후 10시엔 잠실 롯데월드에서 “놀이기구 열차 레일에 여직원이 끼였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현장에 도착하니 몸 절반이 끼여 자칫하면 목숨을 잃거나 신경을 다칠 상황이었다. “지칠 대로 지쳤지만 내가 버티지 못하면 여직원이 중상을 입는다는 생각에 안간힘을 짜내 열차를 들어올렸다”고 그는 말했다. 자정을 넘겨 여직원은 안전하게 구조됐다. 결국 그는 다음날 몸져 누웠고 일주일을 앓았다.

전 소방장은 “하루 평균 7~8건 정도 상황이 발생한다. 화재만 다루던 예전엔 겨울철에 출동이 집중됐지만 교통사고에서 자살 기도까지 책임져야 하는 요즘엔 1년 내내 과중한 업무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광진소방서 김상성(40) 구조반장은 출동시간만 하루 17시간 이상이다. 하루 9명이 광진·성동구 두 지역을 담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섯 살과 100일 된 두 딸을 둔 그는 “딸들은 크는데 이 직장을 계속 다녀야 하나 하는 고민이 드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인명을 구조하는 게 천직이라는 생각 때문에 힘을 내곤 한다”고 말했다.

40대 중반을 넘겨 현장에선 최고참급인 전 소방장은 저녁에 따로 30분 이상 체력단련장을 찾는다. “체력이 예전 같지 않아 운동을 빼먹으면 금방 표시가 난다. 자동차 사고 때 40㎏이 넘는 문 뜯는 장비를 들고 있어야 하는데 가끔 힘이 빠져 놓칠 뻔해 진땀이 난다”고 말했다. 자정이 되면 근무복을 입은 채 대기실에 누워 가수면을 취한다. “밤새 상황이 없는 날은 1년에 한두 번뿐”이라는 전 소방장은 “살짝 잠이 들어도 상황벨이 울려 출동했다가 돌아오면 정신이 말짱해진다”고 했다. 대부분 뜬눈으로 새벽을 맞는다.

◇주 80시간 근무=소방대원의 근무시간은 일주일 평균 80시간이다. 2004년 개정된 근로기준법이 정한 기준 노동시간(주 40시간)의 두 배다. 여기에 이틀에 한 번씩 24시간을 일해야 하는 2교대 근무다. “제대로 사회생활을 하기 어렵다”고 소방대원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연휴는 순번을 정해 한 달에 한 번씩 쉴 수 있다. 하지만 교육·출장 등으로 대원 한 명만 빠져도 순번 연휴를 건너 뛸 수밖에 없다고 한다. “지난해 열두 달 중 서너 달은 순번 연휴를 쉬지 못했다”고 전 소방장은 말했다. 여름 휴가 일주일을 빼면 명절도 예외 없이 1년 내내 2교대의 쳇바퀴를 면할 수 없다. 이런 근무 환경에서 17년차 전 소방장이 받는 세전 연봉은 4000만원을 조금 넘는다. 6명의 소방관이 순직한 2001년 서울 홍제동 화재 이후 이들의 위험수당은 월 2만원에서 인상돼 현재 5만원이다.

소방방재청은 홍제동 화재 이후 인력 보강을 위해 2002년 군 복무를 대체하는 인력들로 구성된 의무소방대를 창설했다. 그러나 국방부가 인력 지원을 줄여 소방서당 10여 명이었던 대원 수는 현재 1~2명으로 줄었다. 소방방재청은 2003년부턴 일부 소방서의 구급대원들을 대상으로 3교대 근무를 실시해 왔다. 3교대 근무를 전 대원으로 확대하려면 인원 확충이 필수적이다.

이충형·이진주 기자 ,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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