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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든든한 백 있으니 걱정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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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명박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한나라당 중앙당 당직자와 당내 각종 위원장들을 초청한 만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오종택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20일 “나는 경제에 전념할 테니 한나라당이 밑받침을 해 달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한나라당 당직자 180여 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든든한 ‘백’이 있으니 걱정이 안 된다”며 이렇게 당부했다고 차명진 한나라당 대변인이 전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앞으로 여당의 힘으로, 목소리를 크게 내지 않고 조용한 행동으로 국민의 신뢰를 받도록 하겠다”며 “출범한 지 6개월이 됐는데 많은 것을 생각하고 느꼈으며, 이제 결심하고 행동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한 참석자는 “‘쇠고기 국면’이 마무리되면서 이 대통령이 자신감을 되찾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날 만찬은 오후 6시30분부터 두 시간 동안 열렸다. 당초 중앙당 당직자들만 초청될 예정이었지만 “당과 청와대의 스킨십을 강화해야 한다”는 안경률 사무총장의 건의를 받아들여 시·도당 위원장과 당내 위원장들까지 모두 참석하는 행사로 규모가 커졌다.

이런 대규모 당·청 행사는 ‘탈(脫)여의도’를 선언하며 정치권과 거리를 두려 했던 이 대통령의 그동안 모습과는 다르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동안 다소 엇박자를 냈던 당·청이 다음달 정기국회를 앞두고 관계를 정비해 ‘주파수’를 맞출 필요가 있어 마련된 자리”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8·15 광복절을 계기로 핵심 국정운영 과제를 추리고 이를 강력하게 추진하는 공세적 국정 운영을 준비하고 있다. 이른바 ‘8·15 드라이브’다. 이를 위해 18대 국회의 첫 정기국회(9월 개회)에서 여당이 손발을 맞춰주길 기대하고 있다. 그래선지 이 대통령은 만찬에서 당직자들에게 “동지” “반가운 식구” 등의 표현까지 써 가며 돈독한 당·청 관계를 강조했다. 또 “여당으로서 중심을 잡는 데 한 달이 걸렸다. 나도 요즘은 야당이라고 착각할 때가 있다”고 그동안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취임 초 당 지도부를 초청한 자리에서 폭탄주를 돌렸던 이 대통령은 “을지훈련 중이라 술을 못 해 미안하다”며 이날은 복분자주만 한 잔씩 권했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만찬 모두에 “당은 대통령을 위해, 대통령은 당을 위해, 당과 대통령은 국민을 위해”라고 건배사를 했다.

청와대는 이날 만찬을 신호탄으로 여의도 정치권과의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예고했다. 당장 이 대통령은 22일 한나라당 사무처 직원 200여 명을 청와대로 불러 만찬을 함께한다. 당 사무처 직원들이 전원 청와대로 초청되는 건 드문 일이다.

◇“후진타오 오면 오해 풀겠다”=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가 자리를 함께한 헤드테이블에선 베이징 올림픽과 관련한 얘기도 오갔다. 이 대통령은 이번 올림픽에서 표출된 중국인들의 반한(反韓) 감정을 언급한 뒤 “(25일)후진타오 중국 주석이 오면 (양국 간) 오해를 풀어야겠다”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또 “(지난 8일 개막식 환영 오찬 때)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같이 앉았는데 ‘인사나 하고 지내시죠’하고 악수를 청하자 김 위원장이 당황해하며 악수를 하더라”며 김 위원장과의 일화도 소개했다고 한다.  

남궁욱·권호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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