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자립도 15.3%인 충남 청양군…도민체전 한 종목 위해 195억 체육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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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20일 오전 충남 청양군 청양읍 송방리 청양중학교 뒷산에선 대규모 터파기 공사가 진행 중이다. 2009년 10월 열리는 제61회 ‘충청남도민 체육대회’ 경기장으로 쓰일 ‘실내체육관’ 기초공사 현장이다. 연면적 1만3580㎡ 규모(2300석)로 내년 7월 문을 여는 실내체육관에서는 도민체전 17개 종목 가운데 배구경기 한 종목만 치러진다.

청양군(군수 김시환)은 도민체전을 위해 경기장 시설 건립 등의 비용으로 348억여원을 쓴다. 대부분은 군 예산에서 충당한다. 이 중 195억원을 들여 국제 규격의 실내체육관을 짓고, 공설운동장 리모델링에도 100억원 이상 들인다. 청양군이 도민체전을 유치한 것은 2007년 2월. 이성우 부군수는 “한국이 올림픽과 월드컵을 계기로 한 단계 도약한 것처럼 스포츠 행사 유치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며 “이를 위해 국제 규격의 체육관을 짓기로 했다”고 말했다. 도민체전은 도민 화합과 단결을 도모하자는 취지로 해마다 한 차례씩 열리며, 시·군별로 번갈아 가며 개최한다. 경기 종목이 많아 대부분 한 경기장에서 한 종목만 치른다.

실내체육관 외에 군은 기존 공설운동장(청양읍 백천리)도 리모델링한다. 107억원을 들여 1500대가 들어서는 주차장을 만들고, 잔디로 돼 있는 스탠드를 콘크리트 시설로 개·보수한다. 국궁장(20억원)과 테니스장(11억5000만원)도 만든다. 하지만 도민체전을 치를 만한 경기시설을 이미 갖추고 있다고 일부 주민은 지적한다. 청양읍 내 도립 청양대에는 배구·농구 등 구기종목을 치를 수 있는 체육관이 올 1월 건립됐다. 청양농고 등 각급 학교에도 실내 경기시설이 상당수 있다.

김명숙(여) 군의원은 “군 예산 대부분을 체육시설에 투자하는 것은 전시행정일 뿐”이라고 말했다. 청양시민연대 이상선 대표는 “전국 상당수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체육시설을 지었지만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며 “재정적으로 큰 부담을 주는 체육관 건립은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군은 2009년부터 지역 체육 행사는 물론 2010년에는 전국장사씨름대회도 유치한다는 입장이다. 임영환 기획감사실장은 “스포츠 마케팅으로 도민체전 이후에도 많은 외지인이 찾는 청양을 만들겠다”며 “실내체육관은 이를 위한 핵심 시설”이라고 말했다.

청양=김방현 기자

◇청양군=인구는 2007년 말 현재 3만3932명으로 충남 16개 시·군 가운데 가장 적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은 26.5%로, 도내 시·군 중 가장 노령화(초고령사회)됐다. 2008년 연간 예산은 2376억원으로 계룡시 다음으로 작고, 재정자립도는 15.3%로 14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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