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달리’ 살아 봅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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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개성 중시 시대이지만 아무래도 남과 달리 사는 것은 남처럼 사는 것보다 부담이 큰 법이다. 그래서 다수의 보통 사람은 무난하게 살기 위해 다른 사람의 복장이나 행동에 자신을 일치시킨다. 사람들이 쓰는 글에서도 ‘달리’보다 ‘처럼’이 득세하는 경우가 있다.

ㄱ. 투수 리오스가 일본에서 고전하는 것은 그레이싱어처럼 떨어지는 체인지업이 없기 때문이다.

ㄴ. 한글은 영어처럼 발음기호가 필요 없어 배우기가 훨씬 쉽다.

ㄷ. 한국은 일본처럼 브랜드를 키워 가는 것에 가치를 두지 않는다.

ㄱ의 의도는 ‘그레이싱어는 체인지업이 있기 때문에 성적이 좋지만 리오스는 그게 없어서 고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배경 지식이 없는 사람들은 “체인지업을 던지지 못하는 그레이싱어가 고전하는 것처럼 리오스도 그 구종이 없어서 성적이 좋지 않다”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이렇게 오해하기 쉬울 때는 ‘처럼’ 대신 ‘달리’를 써 보자. “리오스의 성적이 좋지 않은 것은 그레이싱어와는 달리 떨어지는 체인지업이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면 의미가 훨씬 명확해진다. ㄴ과 ㄷ도 마찬가지다.

김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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