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출판화제>미국 신예 레드필드 작품 선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92년 미국 남부 지방의 한 서점.한 신사가 쭈뼛쭈뼛 서점 매니저를 찾아 『자비출판한 책이니 잘 부탁드린다』는 당부와 함께 『천상의 예언』이라는 다소 황당한 제목의 소설을 내밀었다.
지금 미국에 거세게 불고 있는 제임스 레드필드 열 기는 이렇게시작됐다.
제임스 레드필드(46)가 14년동안 청소년 문제 상담원으로 일해 모은 저금을 몽땅 털어 펴낸 책이 『천상의 예언』으로 영적 세계를 주제로 한 소설이다.94년 대형출판사인 워너북스의 눈에 띄어 본격 상업출판에 돌입한 뒤로 세계적으로 5백30만부나 팔렸다.미국에서는 지금까지 연속 1백20여주 하드카버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도서출판 한림원에서번역 소개돼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음은 물론이다.이런 가운데 최근 선보인 이 책의 속편 『10번째 통찰력(The Tenth Insight)』도 출간되자 마자 주요 신문의 베스트셀러 1,2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속편이 발표되기에 앞서 오디오북.영적세계 안내책자.포스터.캘린더.월드와이드웹 홈페이지.CD롬.명상테이프 등이 나왔으며 영화제작을 위해 케빈 코스트너.톰 행크스 등을 놓고 주연배우를 저울질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또 미국 전역에 걸쳐 영적성장을 위한 모임활동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가위 「영적세계탐구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일부 평론가들로부터 여느 뉴에이지 소설과 다를 바 없는 「쓰레기」라는 혹평을 받았던 레드필드의 책들이 이처럼 엄청난 상업적 성공을 거둔 배경은 무엇일까.세기말 불확실성의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의 정신적 공허감을 정확히 꿰뚫었기 때문 이다.그호소력에 비하면 등장인물의 개성.긴장도.갈등구조 등에서 소설적완성도가 크게 떨어지는 결점은 무시해도 좋을 정도라는 것이 이책에 빠진 독자들의 반응이다.레드필드가 청소년 상담원으로 활약하면서 얻은 생생한 경험이 밑받침이 됐음도 말할 필요가 없다.
『천상의 예언』은 주인공이 「영적 성숙」에 보다 가까워지는 9가지 비결을 담고 있는 고대 페루의 한 문서를 찾아가는 여행을 기둥 줄거리로 삼아 곁가지로 창조론.심리요법.채식주의 치료등의 정보도 주고 있다.이 주인공이 9가지 비결 에 이어 북미애팔래치아 산맥을 헤매며 10번째 통찰력을 찾아가는 여정이 속편 『10번째 통찰력』에서 묘사된다.
레드필드는 『10번째 통찰력』에서 인간이 영적 완성에 이르지못하는 최대의 방해요소가 바로 인간들이 마음 속에 품고 있는 두려움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사랑.관대함.포용 등의 공동선보다는 정치.사회적 입장을 고집하는 정서상태가 바로 레드필드가 말하는 두려움이다.적대감.잔인함.희망상실.염세주의.분노 등이 그런 정서에 속한다.이러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지구촌을 보다 행복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두려움의 실체와 악영향을 파악하는일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 레드필 드의 메시지다.레드필드는 이책 마지막 부분에서 저널리스트인 주인공의 입을 빌려 다음에는 천사를 이해하게 될 것을 예고하고 있어 벌써부터 그의 다음 작품이 어떻게 전개될까 관심거리다.레드필드의 희망은 거창하지 않다.『정신세계에 대한 대화의 소재를 제공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해답을 내놓기 보다 질문을 유도하는 쪽을 택하고 싶다.』 레드필드는 오번대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뒤 75년 카운슬링 석사학위를 취득했다.오전 7시에 일어나 점심때까지 글을 쓰고 오후 시간은 대부분 하이킹으로 보낸다.
정명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