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노조가 회사 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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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경호 경제부 기자

"정부는 지난 17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의 약진을 목격했을 것이다. (정부는) 국민의 뜻과 의지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한다. 민주노총과 사무금융연맹의 목소리가 결코 공허한 메아리로 그치지 않을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사무금융연맹 곽태원 위원장은 22일 여의도 증권거래소 기자실에서 한투증권.대투증권 노조 대표를 대동하고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같이 주장했다.

노조의 요구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한투.대투를 민영화하는 데 노동조합을 공동주체로 인정하고 노정 협의기구를 설치하라는 것이다. 또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지난 19일 최종 선정한 7개 인수 후보 가운데 골드먼삭스-하나은행 컨소시엄, AIG, 칼라일펀드, 동원지주 등 4개 회사는 안 된다는 것이다. 투기성이 짙은 외국계 펀드와 인력 감축이 예상되는 인수 후보를 배제하겠다는 게 이유다.

郭위원장은 이 같은 요구가 관철되도록 민주노동당.민주노총과 함께 싸울 것이며 두 회사의 파업도 불사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는 "공적자금을 최대한 회수하고 증권산업의 발전을 위해 고용을 안정시키는 게 바람직한 민영화"라고 말했다.

노조가 조합원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노조가 공적자금이 들어간 금융회사를 매각하는 주체일 수는 없다. 더구나 노조가 인수후보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지나치다. 한 외국계 투신사 사장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실제로 인력 감원에 대한 우려만으로 특정 후보를 배제하면 제값을 받고 팔 수 있겠느냐"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명지대 경영학과 이종훈 교수는 "노조가 기업의 매각에 개입하는 것은 주식회사제도의 기본원리에 어긋난다"며 "노조가 개입하면 인수하는 측에서 그만큼 매입대금을 깎을 것이고 이는 결국 국민부담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서경호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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