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 투성이 기업은행 지점장 납치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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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기업은행 대치역지점장 납치사건은 다행히 송해정(宋海正)지점장이 납치 12시간만에 무사히 풀려났지만 점점 석연찮은 부분이 늘어나면서 의문점이 가시지 않고 있다.
가장 큰 의문은 「상식」을 벗어난 납치범들의 행동.
범인들은 우선 공범중 최소 한명이 宋지점장에게 얼굴이 노출됐음에도 아무 위해도 가하지 않고 조건없이 宋지점장을 풀어줬다.
범인이 얼굴을 보일 경우 범행 목적을 달성치 못해도 범행 은폐를 위해 대부분 「살인극」으로 마감하는 일반 납치사건과 비교하면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또 경찰의 감청 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데도 휴대폰을 사용,자신들의 이동경로를 계속 노출시킨 점,관례보다 적게 제시한「몸값」역시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범인들이 5월 들어 검찰이 비공개 내사중이던 대치역지점의 「3억원대 어음할인 사고」정보를 어떤 경로로 입수,宋지점장을 유인하는 「미끼」로 이용했느냐는 점도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피해자인 宋지점장의 납치 전후 행적과 진술 역시 여러면에서앞뒤가 안맞는등 어색하다.
우선 宋지점장이 은행내부 비리 문제와 관련,검찰 소환 전화를받고도 은행 상층부에 보고하거나 검찰측에 확인하는 등의 통상적인 절차조차 밟지 않았다.
또한 宋지점장은 경찰에서 『수사관이라고 밝힌 30대 후반 남자의 안내로 정차하고 있던 승용차 뒷좌석에 올라탔으며 차안에는운전자 1명과 뒷좌석에 1명이 타고 있었고 한참 이동해서야 범인들이 자신의 눈을 가렸다』고 진술했다.
따라서 宋지점장이 최소한 뒷좌석 바로 옆에 앉은 공범의 인상착의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하는데도 이를 전혀 기억 못한다고 진술하고 있다.宋지점장은 오후11시가 넘어 풀려났으나 경찰에 신고조차 하지 않은채 모범택시를 타고 돌아가 50분 만에야 경찰에 신고한뒤 일체의 외부인 접촉을 꺼리고 있다.
표재용.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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