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스토리] 충청 땅값, 두달새 두배 껑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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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을 사려는 사람들이 4·15 총선 이전보다 30% 이상 늘었어요. 좋은 매물은 나오기가 무섭게 팔립니다.”

21일 오후 충남 홍성군 홍성읍 A부동산 중개업소 사장은 매수 대기자들을 빼곡히 적은 거래장부를 보여주며 이 같이 말했다. 또 다른 중개업소 사장은 “4월 들어 총선까지 한 건의 땅 거래를 못했지만 이번 주 들어 5건이나 중개했다”고 전했다.

충청권 토지시장이 다시 들먹이고 있다. 4.15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승리로 행정수도 이전 작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한 투자자들이 충청권으로 몰린 때문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제외돼 외지인이 땅을 사는데 규제가 거의 없는 충남 예산.홍성 일대 땅값은 두 달새 최고 두배 올랐다. 총선 이후 그나마 나와 있던 매물이 종적을 감추면서 매물 품귀현상이 심하다.

고속전철 천안아산역에서 승용차로 30분 거리인 예산군 예산읍 신례원리 일대 21번 국도와 붙어 있는 자연녹지는 평당 50만원으로 지난 2월 말보다 배 이상 뛰었다. 예당저수지가 보이는 광시면 농림지역 땅값도 5만원 이상 오른 평당 15만~20만원을 줘야 살 수 있다. 예산읍 B공인 관계자는 "당진.태안.서산지역에서 시세차익을 챙긴 외지인 투자자들이 이곳으로 이동하는 바람에 땅값이 뒤늦게 들썩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3월 예산군의 외지인 토지거래는 60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54건)에 비해 배 이상 늘었다. 땅값이 단기간에 뛰자 일부 중개업자들 사이에선 계약만 한 채 제3자에게 되파는 미등기 전매도 극성을 부린다. 홍성군도 지난 2월 말보다 땅값이 20~30%가량 올랐다.

땅 투자 열기는 보령.공주시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 보령의 한 중개업자는 "총선 이후 대전.서울 등지에서 온 외지인들이 1억~2억원대 매물을 많이 찾고 있으나 이런 매물은 이미 팔려 많지 않다"고 말했다.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산 신도시 배방지구(107만평)의 보상금이 풀리면 땅값이 더 오를 것으로 보고 미리 사두려는 투자자들도 있다고 중개업자들은 귀띔한다.

청원지역 한 중개업자는 "서울지역 업체들이 아파트 부지를 많이 찾지만 매물이 없어 못 구해준다"고 전했다.

홍성.예산.보령=박원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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