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쓰레기 줍는 수락산 아저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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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봄이라고는 하지만 동트기전 새벽녘의 바람끝은 아직도 차다.나뭇가지를 스쳐오는 새벽바람을 안고 저만치 앉아있는 수락산은 약수터를 오가는 부지런한 이들의 발걸음으로 분주하게 움직이며 하루의 여명을 맞이한다.
나 역시 몇년전 이곳 상계동 마들벌로 이사해 삶의 보금자리를마련하고부터 건강도 키울겸 새벽 어둠을 걷으면서 약수터에 올라상쾌한 아침을 맛보고 있다.
그런데 모두들 자신들의 생각과 행동에 이끌려 오르고 내리는 약수터 길에서 언제부터인가 비닐봉지에 쓰레기를 하나씩 둘씩 주워담는 아저씨 한분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다음날도,또 다음날도 같은 길을 오가며 말없이 자연스러운 행동과 여유있는 자태로 쓰레기를 주으며 약수터에 오르는 수락산 아저씨. 보아주는 이,칭찬하는 이 없어도 충실하게 봉사를 실천하는 아저씨였다.
너무 고마워 가슴이 여며지고,수락산 아저씨의 바로 이러한 마음이 인간을 사랑하고 인간의 고향인 자연까지도 사랑하는 마음이라 여겨져 나의 마음은 차가운 바람마저 훈훈하게 느낀다.
모든 분야에서 자기중심적인 옹졸함과 현실우선주의 사고가 지배적인 요즈음 보이지 않는 숨은 곳에서 이처럼 작은 정성으로 성실하게 궂은 일을 솔선하는 수락산 아저씨같은 사람들 때문에 그나마 우리사회는 다시 밝아지고 살기좋은 건강한 사 회로 거듭나게 되는 것 아닐까.
오늘도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를 드리고 가슴깊이 스며드는 따스함을 한아름 안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수락산을 내려온다.매일 오가는 약수터 길이지만 오늘따라 더욱 깨끗해보이고 생명의 봄기운이 흙에서 솟는 것이 느껴지며 기분이 한결 흐믓 하기만 하다.
송철주 서울노원구상계8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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