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달라졌네] '신앙촌'야산이 아파트 숲으로…부천 범박동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8면

▶ 야산으로 덮였던 신앙촌(사진 위 점선) 마을이 5500여가구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했다.

경기도 부천시 범박동 산17의2 일대. 남쪽으로 시흥시, 동쪽으로 서울 구로구를 두고 야산 등의 자연녹지로 둘러싸인 곳이다. 한때 국내 최대규모의 종교인 집단거주지였다. 한국예수부흥협회를 이끌던 고 박태선 장로가 1957년 황무지를 개간해 신도들이 모여 살며 간장.두부.양말 등을 생산해 자급자족했었다. 22일 찾은 이곳에서 '신앙촌'은 25층까지 치솟은 아파트들에 묻혀 과거의 흔적이라곤 찾기 어려웠다. 교회 종소리 대신 입주를 앞두고 입주자 사전점검행사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방문객을 맞았다.

허름한 단독주택.공장들이 자리잡았던 신앙촌이 5500여가구의 대규모 아파트촌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인근 주민 박무한(55)씨는 "50년 새 버려진 땅에서 종교인들의 신앙과 삶의 터로, 이제는 신흥 주거지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5500여가구 입주 막바지=이곳은 이제 '현대타운'이란 새 간판을 걸어야 한다. 현대건설이 7만3000여평에 현대홈타운이란 이름의 6개 단지 5552가구를 지었다. 현대건설이 한 곳에 지은 아파트 단지 중 최대 규모다. 야산을 깎아 짓다보니 단지간 표고 차이가 50m나 된다.

신앙촌의 기억은 아파트 단지 옆에 보존된 시온고와 범박초등학교만이 간직하고 있고, 3단지 옆 야산의 나사렛마을이 유일하게 남은 흔적이다. 주택 50여가구가 있지만 신도들은 대부분 떠나 빈집들이다.

6개 단지 중 5개 단지 4500여가구는 지난해 6월 입주를 끝냈고 3단지(30~38평형) 1042가구가 6월 마지막으로 입주한다. 신앙촌 신도들인 조합원 몫의 1.2단지를 제외한 3~6단지는 일반분양 아파트다.

입주가 시작되면서 일신초등.일신중 등 2개 학교가 지난해 9월 개교했다. 인근 행운공인 김유철 사장은 "2002~2003년 집값이 급등할 때 이곳에도 투자수요가 몰렸다"며 "3단지의 경우 분양가보다 70~80%가량 올랐는데 현재 매물은 조금 있지만 매수세가 없어 거래는 활발하지 않다"고 말했다.

주변에 녹지가 많아 쾌적한 자연환경이 가장 큰 매력으로 꼽힌다. 교통과 생활편의시설은 만족스럽지 않다. 전철(1호선 역곡역)을 이용하려면 차로 5~10분 가야 한다. 상권도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다. 단지 내 상가 정도여서 중동이나 상동에 의존한다.

이 때문에 집값 상승세가 상동만 못하다. 2000년 6월 평당 450만원선에 분양된 상동 쌍용스윗닷홈의 현 시세는 평당 1000만원에 근접하며 두 배 이상 올랐다. 비슷한 때 평당 10만원 가량 싸게 분양된 이곳 4~6단지는 현재 평당 800만원 정도다.

아파트촌으로 바뀌는 데 우여곡절도 많았다. 당시 분양을 맡은 세중코리아 김학권 사장은 "신앙촌 자리라는 이미지와 현대건설의 유동성 위기 등으로 계약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행사인 기양건설산업과 조합 간 말썽이 끊이지 않아 언론에 심심찮게 보도됐다. 현대건설 현장사무소 오건 소장은 "지하 갱도가 발견돼 안전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두차례의 정밀진단을 거쳤다"며 "건축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점이 밝혀질 때까지 공사가 중단됐다"고 말했다.

◆6000여가구 더 들어서=신앙촌 일대의 변신은 이제 시작이다. 2000여가구의 소사2지구(6만6000여평)가 2006년 6월께 완공된다. 주택공사가 개발을 맡았다. 공공임대.일반(1104가구) 아파트는 이미 분양했고 국민임대(21평형) 557가구를 9월께 분양한다.

나사렛마을을 포함하는 계수재개발도 진행되고 있다. 4100여가구가 들어설 예정(일반분양 1700여가구)인데 정비구역 지정을 받지 못한 초기단계다.

소사2지구에 대형할인점이 들어설 계획이어서 생활편의시설 여건은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도로망 개선도 이뤄지고 있다. 현대홈타운의 주 진입로인 범박로(기존 2차로)가 6차로로 확장되고 경인로.남부순환로와 각각 이어지는 동남우회도로.계수대로가 새로 만들어진다. 계수대로 완공은 계수재개발과 맞물려 다소 늦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범박동 현대공인 박철규 사장은 "제대로 된 교통.교육.생활편의시설을 갖추는 데 시간이 다소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