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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전문가등 170명 구성 미육군중앙신원확인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북.미간 유해송환협상이 4일 뉴욕에서 재개됐다.지난 1월 하와이회담에 이어 열린 이번 협상에서 양측은 유해송환 비용및 공동발굴조사단 구성문제 등을 중점적으로 논의했다.미군유해 송환때마다 관심을 모았던 미육군중앙신원확인소(USA-C ILHI)를국내언론사상 최초로 소개한다.
[편집자註] 하와이 미태평양공군사령부가 있는 히캄기지에 위치한 미육군중앙신원확인소.「실하이」(CILHI)로 통하는 이곳은그 명성에 어울리지 않을만큼 아담한 슬라브식 단층건물에 입주해있다.실하이에 들어서면 『NOT TO BE FORGOTTE N』이라는 글귀가 한눈에 들어온다.
레이건 전미국대통령이 『지구상의 모든 미군유해와 실종자를 찾을 때까지 우리는 결코 당신들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한 연설에서 따온 것으로 이후 실하이의 캐치프레이즈가 됐다.
그 밑으로는 실하이가 지금까지 확인한 6백75명의 미군 전사자명단이 새겨 있다.여기에는 『프랭크 M 모랄레스 육군하사…』등 94년 확인된 다섯명의 한국전 미군유해 명단도 들어 있다.
90년 이후 북한에서 송환된 미군유해는 모두 2백8구.그러니까 이 가운데 불과 5구만 확인된 셈이다.기자가 『북한이 보낸유해중에는 동물뼈도 들어 있었다던데…』라고 말을 꺼내자 조니 웹 부소장은 정색하며 『전혀 터무니없는 얘기』라 고 일축했다.
실하이는 현역군인 1백41명과 민간인 전문가 29명 등 모두1백70명으로 구성돼 있다.
민간인은 모두 고고학.인류학.치의학.법의학분야 박사들로 모두특수전문요원이다.소장(조던 육군대령)은 전쟁포로및 실종자분야 국방장관보좌관을 지냈고 판문점 유해송환 참석차 몇차례 한국을 방문한 바 있다.
연구소 조직은 크게 ▶탐사및 발굴팀▶확인.식별팀▶자료분석팀▶사후검증팀 등 4개섹션으로 구성된다.탐사.발굴팀은 현재 태평양지역 15개소,대서양.인도양.중동및 유럽지역 각 3개소 등 모두 24개 지역에서 활동중이다.확인.식별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단서는 두개골과 턱뼈 등 두가지.두개골로는 성별.나이.인종.신장.체격.상처유무를,턱뼈로는 혈통.병리학적 이상유무 등을 식별해낼 수 있다.여기서 얻은 결과를 자료실에 보관돼 있는 각종 개인파일과 대조함으로써 신원확인의 약 50%가 끝난다.그러나 두개골과 턱뼈를 구비하고 있는 유골은 많지 않다.
특히 한국전 관련 미군유해의 경우 40년이 지난데다 발굴전 매장상태도 좋지않아 식별에 적잖은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수집한뼛조각들을 맞추는데만도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린다는 설명이다.최근에는 유전인자를 통한 식별법(DNA기법)을 개 발,활용하고 있는데 뼛속에 있는 고유한 유전인자를 추출,대조함으로써 신원을밝혀내는 최첨단 방법이다.
자료분석실에는 전사및 실종자들에 관한 각종 기록이 방대하게 수집,보관돼 있다.공통적인 것은 이(齒)를 촬영한 필름.미군들은 입영과 함께 의무적으로 자신의 치아필름을 보관토록 돼있다.
이곳에서는 현재 월남전 관련 발굴 미군유해 5만8천구에 관한자료가 보관돼 있으며 한국전 전사자 8천여명과 2차대전 전사자약 7만9천여명 등 미발굴 유해 관련 자료를 계속 수집중이다.
미태평양육군사령부 직할인 실하이는 73년 태국의 한 미군기지안에 설립,기능을 수행해오다 월남 패망후인 76년5월 지금의 호놀룰루로 자리를 옮겨 오늘에 이르고 있다.
미국은 이에 앞서 1950년 한국전 당시 유엔군 유해확인을 위해 일본에 신원확인소를 설립,운영하다 56년 해체한 바 있다. 미국이 전사자 유해발굴및 신원확인 책임이 정부에 있다고 인식한 것은 1860년대 남북전쟁 당시.
미국은 그때부터 이 부분을 법제화하는 등 오랜 전통과 역사를간직하고 있다.
국가를 위해 산화한 이들을 위한 최소한의 도리라는 의식이 확고하게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미국정부가 유해송환에 집착하는 이유도 이같은 점을 인식할 때만 이해가 가능하다.『그런데 우리는어떤가.』 실하이를 나서면서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이 다.
호놀룰루 히캄기지=김준범(통일팀).김윤철(사진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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