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챔피언들 활에 선명한 SAMICK 보셨나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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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호 24면

최정동기자

경기도 김포시 감정동 삼익스포츠 본사 겸 공장은 ‘버려진 공장’ 같다는 인상을 준다. 야트막한 야산에 자리 잡은 2층 건물인데 큰비가 내리면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롭다. 이곳이 이번 베이징올림픽 양궁 종목에서 금메달 3개를 잉태한 산실이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1990년부터 이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이봉재(사진·59) 사장조차 “회사가 철공소 같지 않으냐”고 인사를 했다. 그러나 이 사장은 “국가대표가 사용하는 활은 이곳에서 손수 제작한다”고 강조했다.

활로 세계 제패 이봉재 삼익스포츠 사장

삼익스포츠가 유명해진 것은 베이징 올림픽 양궁 선수 128명 가운데 50여 명이 ‘SAMICK(삼익)’ 브랜드 활을 사용한 것이 알려지면서부터. 여자단체전에 출전한 박성현·윤옥희·주현정 선수가 삼익의 활로 금 과녁을 명중시켰다. 남자 대표인 박경모·임동현 선수도 마찬가지다. 장쥐안쥐안(중국) 여자 개인 금메달리스트 등도 이 회사 제품을 쓰고 있으니 이 사장에게 이번 올림픽의 양궁 경기는 스스로 차린 잔칫상처럼 느껴질 법하다.

연간 5억 달러로 추정되는 양궁 시장의 맹주는 미국의 호이트(HOYT)다. 이 회사는 레저용을 포함한 세계 양궁 시장을 주름잡고 있다. 그런데 선수용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대표 선수용만 따지면 삼익의 점유율이 50%가량 된다. 현재 이 회사에서 생산하는 선수용 활만 연 5000대에 이른다. 이 사장은 “전 세계 50여 개국에 수출하는 수준이니 활 제작에서 한국은 금메달감”이라고 자랑했다. 연 매출 50억원,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이 작은 회사가 양궁 시장을 호령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이 회사 제품의 강점은 탄소(카본) 소재 활 손잡이에 있다. 보통 활 손잡이는 알루미늄으로 만들지만 삼익은 일찌감치 카본 소재를 도입했다. 삼익이 선수용 제품을 완성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은 자그마치 10개월가량. 활의 가공·접착·도장은 보통 열흘이면 충분한데 선수들과 피드백을 통해 계속 제품을 업그레이드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보통 선수는 쏘는 힘이 42파운드(약 19㎏)인 제품을 사용하는데 박성현 선수는 44.2파운드짜리를 찾는다. 이렇게 되면 ‘박성현 활’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사장의 바람은 양궁이 생활 스포츠로 자리 잡는 것. 그래서 그는 요즘 지방 출장이 잦다.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양궁박물관 겸 양궁장을 만들 부지를 찾아다니고 있다. 양궁이 레저 스포츠로도 금메달을 딸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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