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논단>先物은 차원높은 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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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투기는 흔히 높은 수익률을 예상,높은 위험을 부담하는 행위를뜻한다.실제로 높은 수익률이 실현될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이 보통이다.투기를 나쁘게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그러나 선물(先物)에서 말하는 투기는 「가격 움직임에 편승해 이익을 챙기려는행위」를 말한다.다시 말하면 가격이 반드시 올라야 이익을 보는것이 아니라 내려도 좋고,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된다.문제는 그것을 알아맞힐 수 있느냐다.
이런 투기는 그 성격상 건전할뿐만 아니라 시장에 꼭 필요한 것이다.높은 레버리지(선물은 거래대금의 15%만 내면 된다)는아주 작은 실수까지도 용납지 않기 때문에 투자자로 하여금 투자에 앞서 경기.금리.환율 등을 철저히 분석하게 만든다.
또 선물거래는 실수를 즉시 인정치 않는 투자자를 가혹하게 징벌하는 등 단기매매의 진수를 가르친다.주식(현물)처럼 언젠가 올라가겠지 하는 미적지근한 태도는 통하지 않는다.차익거래(현물과 선물의 가격차이를 노린다)나 스프레드거래(결제 월이 다른 두 선물의 가격차이를 노린다)는 찬스가 나면 눈깜짝할 사이에 채가는 기법들이다.
주식을 관리하는 펀드매니저가 주가하락을 염려해 지수선물을 팔았다고 치자.주가가 정말로 내리면 선물을 낮은 가격에 되사서 주가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메울 수 있고 주가가 거꾸로 오르면 선물의 손해가 주가상승분을 상쇄해 처음 의도한대로 가격등락의 위험에서 해방될 수 있다.그러나 이런 헤지(hedge)도 「투기」를 하는 상대방 없이는 불가능함을 알아야 한다.
선물시장은 투기거래의 활성화를 전제로 한다.먼저 높게 팔고 낮은 가격에 되사서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은 기존의 거래관습을 근본적으로 뒤흔들어 놓기에 충분하다.무엇보다도 선물을 이용한 온갖 형태의 거래기법.신상품이 개발될 것이다 .자금의 80%로 국공채를 사고 20%는 선물에 넣어 잘 되면 30~40%의 수익률을 남기고 최악의 경우에도 채권에서 불어난 이자로 원금을 보장하는 형태의 펀드는 아무나 만들 수 있다.
자전거는 남자용.여자용이 있고 경주용.일반용이 있다.어린이용으로 뒷바퀴 양쪽에 보조바퀴가 달린 것도 있다.정부가 「여자용은 빨간색이어야 한다」고 한다면 웃음거리밖에 안된다.프레임이나중요 부품에 있을지도 모르는 결함을 체크해 소비 자를 보호하는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투기 그 자체인 선물을 도입한 마당에 그에 걸맞은 감독이 무엇인가를 찾지 못해 피해를 보는 쪽은 국내투자자들이라는 점을 당국이 인식했으면 한다.
투자자들의 생각도 달라져야겠다.선물을 도박처럼 생각하는 것도문제지만 폭발물처럼 무작정 피할 것도 아니다.예상되는 충격을 미리 평가하고 적절한 안전장치를 마련해 놓는다면 유익한 투자수단이 될 것이다.내용도 모르면서 「작전」종목을 찾아다니는 것이선물보다 훨씬 더 위험한,흔히 말하는 투기행위일 수 있다.
권성철 본사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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