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가정은 있지만 가족은 없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사회는 변하고 있지만 가정은 변하질 않고 있다.아직도 폭행을일삼는 남편이 있는가 하면 아내의 맹목적 순종만을 요구하는 남편의 의식도 별로 바뀌지 않고 있다.사회가 변하면서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었지만 기혼 직장여성들은 집안에 두고 온 아이들 때문에 속태우며 산다.80여만명의 어린이들이 목에 열쇠를 걸고 다니거나 안방에 갇혀 하루를 보내는 나날이 계속되지만 이 문제를 풀어줄 사회적 장치는 갖춰 있지 않다.
어린이날,가정의 달이지만 겉모습의 가정은 있어도 가정을 이루는 가족들간의 유대.대화.애정은 결핍돼 있다.왜 이렇게 됐을까.많은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사실은 시대는 급격히 변했는데도 가족의식이 별로 변치 않은 탓이다.사회는 국제화.첨단화.정보화 세계로의 동참을 요구하고 있지만 가족의식은 아직도 가부장(家父長)적 단계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그러니 시대의 흐름은 핵가족.맞벌이 부부로 가고 있는데도 핵가족.맞벌이 부부를위한 사회적 장치는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사회가 변한만큼 의식과 제도도 바뀌어야 한다.핵가족 사회면 그에 합당한 윤리규범이 창출돼야 하고,그에 맞는 제도와 장치를가동해야 한다.열녀문(烈女門).효부상(孝婦賞)이 이젠 가족윤리의 최고 덕목이 아니다.남편과 아내,부모와 자녀 가 함께 일하고 함께 대화하며 함께 문제를 풀어가는게 핵가족 시대의 가족윤리다.말로는 합의하는듯 하지만 남과 여가 다르고,부모와 자녀의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가족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니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사회적 제 도화로 정착되질 못한다.
핵가족.맞벌이 부부가 주종을 이루는 달라진 가족형태 속에 우리는 살고 있다.그렇다면 말로만 하는 가정의 달이 아니라 현실에 맞는 법과 제도적 장치가 갖춰져야 살아 움직이는 가족관계가형성된다.제도적 장치가 갖춰져야 방안에 갇힌 어 린이가 없어지고,매맞는 아내가 사라지며,여성들의 희망찬 사회진출도 보장될 수 있는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