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은 의석수로 정치하는 게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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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 문제를 챙겨라.” “야당은 의석수로 정치하는 게 아니다.”

야당 원로와 정치 전문가들이 민주당에 주문하는 두가지 키포인트다. 김덕규 전 국회부의장은 15일 “과거 평민당·신민당도 70~80석으로 정치를 했지만 다 위상을 존중받았다”며 “정부·여당이 안하무인의 고집을 부릴 땐 가끔 물러서는 게 오히려 이기는 길”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대표를 지낸 정대철 전 의원은 “열린우리당과 노무현 정부의 실패 이유 중 하나는 경륜이 없어 사안마다 무조건 강경 대처만 한 데 있다”며 “지금 민주당이 열린우리당 시절과 똑같은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닌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야당은 숫자로는 늘 질 수밖에 없어 국민의 동정과 지지로 먹고살아야 한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한심한 정치를 할수록 민주당이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정치국민회의 시절 총재권한대행을 지낸 조세형 전 의원도 “민주당의 강경 투쟁은 정당방위의 측면이 있다”면서도 “민생 문제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니 소시민층을 위해 더욱 애쓰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여론조사 전문가·정치 컨설턴트 등 전문가들도 조속한 국회 등원을 통한 원내투쟁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윤경주 폴컴 대표는 “지금 민주당은 쇠고기 문제, KBS 문제, 여권 부패 비리 문제 등 전방위적으로 백화점식 투쟁을 벌이고 있는데 이게 당 역량에 비춰 효과적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치 투쟁보다는 장기적으론 경제·민생 문제에 타깃을 맞추는 게 야당으로선 유리한 전략”이라고 조언했다.

안부근 디오피니언 대표는 “야당이 국민에게 뭘 보여 줄 수 있다면 그것은 국회에서지, 시청 앞 광장이나 KBS 앞이 아니다”며 “민주당이 스스로 국회 문을 걸어 잠그는 것은 어쩌면 청와대가 가장 바라는 사항일지도 모른다”고 꼬집었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민주당의 지지그룹이라는 중산층과 서민의 4대 곤란(일자리·교육·주택·노후)에 대해 민주당다운 정책이 눈에 안 띈다”며 “강경한 원외투쟁을 해도 이런 콘텐트와 결합을 해야만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또 현 국회 상황과 관련, “어차피 야당은 의석이 아니라 여론을 등에 업고 정치를 해야 하는데 이대로 계속 장외에서 시간이 흐르면 국회 파행의 책임을 민주당이 짊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말도 했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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