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자씨 소환 배경-전두환씨 검은 돈 모두 찾아 몰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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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검찰이 이순자(李順子)씨를 소환키로 한 것은 전두환(全斗煥)전대통령의 은닉 비자금 1천4백억여원을 모두 찾아내 몰수.추징하겠다는 의지의 강력한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사실 12.12및 5.18사건과 관련,검찰이 全전대통령 등 80년 당시 신군부측 인사들을 법정에 세워 국민들로부터 긍정적평가를 받았지만 비자금 수사 부분은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게 검찰의 고민이었다.특히 全씨가 재직중 조성한 7천억원의 비자금에 대해서는 全씨 스스로 공개한 조성경위와 사용처에대한 설명을 빼면 검찰이 밝혀낸 것은 극히 미미해 항간에는 「망신만 주고 비자금 부분은 소홀한것 아니냐」는 소문마저 나돌아검찰의 수사 의지가 의심받을 정 도였다.
또 1심 재판이 마무리돼 가는 시점에서 全씨측이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고 검찰이 발표한 1천4백억여원의 행방을 밝혀내지 못할 경우 수사착수 초기 『은닉 비자금을 전액 몰수하겠다』는 다짐이 무색해져 내부에서도 검찰 공신력 훼손을 걱정 하는 소리가들렸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검찰은 全씨와 그의 최측근 인사들에 대한 소환조사및 계좌추적.압수수색 등 다소 무리할 정도로 비자금을 추적했지만 全씨측이 『찾아내 가져가라』며 막무가내로 버티자 결국 비장의 승부수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사기술상으로도 계좌추적과 비서관들에 대한 수사과정에서드러난 은닉 채권의 자금 행방을 추궁하면 한결같이 『李여사에게건넸다』고 진술하고 있는 것도 李씨의 소환 수사를 재촉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최근 재판과정에서 全씨측이 반성의 기미없이 검찰에서의진술조차 뒤집는 행태를 보인 것도 수사팀을 자극,검찰도 전직대통령 예우라는 면보다 검찰권 행사의 원칙적 측면에 치중하게 됐다는 것.
물론 검찰은 全씨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그러나 자택 압수수색의 경우 검찰은 이미 수사가 진행된지 오래돼 중요 자료가 빼돌려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부담이다.특히 그동안 全씨의 돈세탁이나 자금관리 수단으로 보 아 지금까지집안에 결정적인 증거물을 남겨놓았을 것으로 믿기 어렵다는 것이다.선뜻 압수수색을 벌였다가 별 소득없이 빈손으로 물러날 경우검찰로서는 하지않느니만 못하고 全씨에 대한 동정여론을 유발시키거나 자칫 비자금 부분에 대한 면죄 부를 주게 된다는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
또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 비자금 수사 당시 盧씨 자택은 압수수색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형평성 문제도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61억원이란 현금을 사과상자에 넣어 쌍용그룹 경리 금고에 보관하다 들통난데다 은행의 대여금고에 숨겨둔 억대 통장이압수되는 등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한 全씨의 비자금 보관 방법에국민의 비난이 쏟아지는 바람에 검찰이 용기를 얻어 李씨 소환조사라는 정공법을 택한 듯하다는 해석도 있다.검찰이 李씨를 상대로 집중 추궁할 은닉 비자금 규모는 1천4백30억원.全씨가 88년2월 퇴임 당시 보유했던 2천1백29억여원중 92년 총선 등에 사용한 3백53억원과 검찰이 제출받거나 압수한 금액을 제외한 액수다.
검찰은 지금까지 全씨측이 지난 1월 자진 제출한 1백26억여원의 채권,全씨의 사돈이 관리하던 예금 등 1백60억원,쌍용에서 보관하던 현금 61억여원 등 3백47억여원을 압수했다.
김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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