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는 野黨집권 뭉치고 보자-국민회의서 나온 汎野 연대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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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야당이 집권하기 위해서는 다음 대통령선거에서 지역과 이념을 초월해 연합해야 하고,이를 위해 권력구조등 민감한 사안은 정권교체 이후로 미루자는 주장이 국민회의 내부에서 제기돼 주목된다. 이른바 범야권 세력연합론은 특히 야권의 양대 산맥인 김대중(金大中)-김종필(金鍾泌)회담을 눈앞에 두고 나와 정치권에 민감한 반응을 부르고 있다.
이미 자민련의 박철언(朴哲彦)부총재가 야권연합론을 꺼낸 바 있고 국민회의에서도 김대중총재의 대안론으로 조순(趙淳)서울시장을 제기하는 일부 움직임이 있다.
자민련의 한 고위당직자는 90년 3당합당 당시의 상황을 다시깊이있게 분석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이런 논의와 움직임은 모두 4.11총선의 결과를 보고 야권이이대로 가다가는 15대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비롯한다. 국민회의의 조세형(趙世衡)부총재는 2일 『이번 총선 결과 지역과 이념을 떠나 모든 야당이 연대해야 건국이래 최초의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룰수 있음이 뚜렷해졌다』며 야권연합론의 깃발을 들었다.
趙부총재 발언의 핵심은 「지역과 이념을 초월한 야권 단일후보」.야권 주도의 정계개편 주장으로도 해석된다.그의 이같은 견해는 당내 요로에도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趙부총재는 자신의 논지를 일본의 예를 들며 「신(新)어묵론」으로 정리했다.『생선묵이 여러 색깔을 띠고 있으나 한 몸인 것처럼 야권도 다양성을 인정하며 연합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趙부총재는 총선 과정에서 난마처럼 얽힌 야당간 관계,뿌리깊은지역감정과 이념적 색깔등 다른 색깔은 그대로 인정한 채로 연합하자는 의미인듯 싶다.
그는 일본의 경우 자민당이 55년 집권한뒤 38년간 일당 지배체제가 계속돼 영구집권론 까지 나왔으나 호소가와.하타.오자와3인의 주도로 결국 청산된 점을 먼저 지적했다.
당시 일본은 좌익 공산당에서 우익 공명당에 이르는 8개 정파가 「일단 정권 교체를 하고 보자」는 대전제 아래 연합해 야당집권에 성공했다.
그는 이어 『한국 야권도 모든 논의를 수평적 정권교체에 맞추고 나머지는 뒤로 미루자』고 제안했다.그는 『내각제 수용이 야권 연대의 전제조건이라면 차기 대통령 당선후 1년이내에 개헌한다는 공약을 걸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
그러나 이 구상을 구체화할 경우의 과정과 양태등에 대해서는 『논의를 해나가자』고만 언급했다.『과정을 우려하거나 결과를 점치지 말자.상황에 따라 합당도 할 수 있고 연대도 할 수 있는것 아니냐』고 잘라 말했다.
또 『특히 이 구상은 흔히 얘기하는 「김대중 흔들기」가 결코아니다』고 부연했다.『합의가 안되는 사항은 파이를 키운뒤(집권한뒤) 얘기해도 늦지 않다』고 밝혔다.
「범야권 세력연합론」은 성사 여부를 떠나 길고도 힘든 여정이될 것같다.우선 야당은 한번도 그런 역사를 이뤄본 경험이 없다.90년 3당통합을 이뤄낸 여당에 비교하면 자리도,권력도 없다. 이는 자신감.추진력과 직결된다.
게다가 김대중.김종필총재의 거취문제에 이르면 해결책이 보이지않는다.상황에 따라 둘중 한사람만이라도 물러나야 할 경우가 온다면 직계세력의 태도는 강경 일변도이기 쉽다.
제3야당인 민주당의 노선이나 입지가 두 金총재 정당보다 신한국당에 가까운 것도 만만찮은 난관이다.그럼에도 이같은 범야권 연합론은 상당한 파장을 몰고올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이번 총선을 통해 야당이 난립된 상태에서 힘으로는 대선 승리는 커녕 총선 승리도 이뤄낼 수 없다는게 입증됐기 때문이다. 국민회의 김상현(金相賢)지도위의장도 조만간 「민주대권구상」을 발표할 계획이다.범야권 연합론이 당장 활발한 논의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내년 대선때까지 야권 일각에선 주화제중 하나로 회자(膾炙)될 것은 분명하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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