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터 10월 訪北추진 의미-北.美관계 순항가능성 시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한반도평화 4자회담 등을 둘러싸고 한반도 정세가 복잡미묘하게전개되는 가운데 진행되고 있는 지미 카터 전미국대통령의 10월초 방북 추진은 그 시기와 방문목적 등으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시기와 관련해선 현재의 시점과 방북시점 모두 주목되는 부분이다.북한이 4자회담에 대해 이렇다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카터의 5개월후 방북을 운위하는 것은 앞으로의 북.미관계가 그런대로 순항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시사 하는 대목으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카터 전대통령은 「서울 불바다」얘기까지 나오던 94년 평양을 방문,김일성(金日成)과 만나 당시 최대의 현안이던 핵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남북정상회담까지 성사시킨 적이 있다.그러나 이번의 경우는 94년과 전혀 다르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11월 대통령선거를 앞둔 클린턴 행정부가 포용정책에 입각,북한을 싸안으려 하고 있고 북한도 경제회생등 여러 이유로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주요과제로 삼고 있는 처지다.그러므로 4자회담 부분까 지는 몰라도 북.미간 미사일회담.
유해송환협상 등이 원만하게 풀리고 미국의 대북(對北)추가경제제재완화도 일정 수준까지는 이루어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따라서 이번의 카터 방북이 예정대로 이루어진다면 이는 카터의 「해결사적」역할이 아닌 다른 것에 있다고 보는게 타당하다는 지적이다.
그 「다른 것」은 다름 아닌 김정일(金正日)의 국가주석내지 총비서 취임 축하사절이라는 얘기다.
이는 카터의 방북문제를 협의하면서 북한측이 밝힌 데서도 알 수 있다.북한측은 카터 전대통령의 북한초청 이유로 김정일의 「권력승계일」을 제시했다는 전언이다.카터센터와 북한간 실무접촉에밝은 한 소식통에 따르면 미측 관계자가 카터의 방북을 요청한 북측 관계자에게 『승계일을 언제로 잡고 있느냐』고 했더니 『10월께』라고 답변했다는 것이다.지난 10일 방북했던 이그나텐코러시아부총리의 『올해안에 국가주석으로 취임할 것같다』는 전망 등은 카터의 10월 방북이 김정일 「등극행사」참석설을 뒷받침하는 것이기도 한데 예측대로라면 카터에게는 「평화의 사도」이미지를 고양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고 김정일로서는 「원쑤의 나라」전직대통령도 축하대열에 합류했다는 점을 선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편 다른 관측통들은 김정일의 권력승계가 10월중 있을지 여부도 아직 불분명하지만 카터가 이 행사에 참석하게 되더라도 그가 단순한 축하사절로 기능하는데 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안희창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