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자민련 공조 '첫걸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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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야권공조」를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국민회의의 당직인선 발표가 난 1일 한광옥(韓光玉)신임총장은 자신의 임명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자민련 김용환(金龍煥)총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대중(金大中)총재와 김종필(金鍾泌)총재와의 회동문제도 있고 선거부정 공조도 해야하니 일단 만납시다.』 자민련 金총장 역시 국민회의가 빨리 당직인선을 끝내 자신의 대화 파트너가 결정되기만 기다리던 참이었다.대답은 당연히 「오케이」.그래서 2일 오후2시로 약속이 잡혔다.
韓총장과 金총장의 만남은 의미가 크다.둘다 양 金씨의 속마음을 속속들이 헤아리는 최측근이다.동시에 당을 장악하고 있는 실세들이기도 하다.따라서 이들이 만나면 양 金씨의 회동문제를 포함해 야권의 정국운영 계획 전반에 대한 밑그림이 그려질 가능성이 크다.
국민회의 韓총장은 이날 『야 3당과 무소속이 함께 합동의원총회를 열어 신한국당의 선거부정을 규탄하고 이를 개원투쟁과도 연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일종의 대여(對與)총공세 선언이다.이같은 공세를 통해 신한국당의 영입작업에 쐐기를 박 고 원(院)구성 협상에서 야당 몫의 실리를 단단히 챙기자는 제안인 듯싶다. 물론 무소속을 포함한 범 야권의 의원총회가 열릴 가능성은 희박하다.지금이야 서로 이해관계가 일치해 공동전선을 결성하고 있지만 국민회의나 자민련.민주당은 색깔도 다르고 노선도 천양지차다.언제든지 그리고 미련없이 등을 돌릴 수 있는 관계다.게다가 무소속의원들이 야당측 의총에 참가한다는 것도 현재로선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韓총장의 발언은 국민회의의 정국운영 구상계획을 넌지시암시한 것으로 봐야할 것같다.물론 자민련이나 민주당도 현재로선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자민련 이정무(李廷武)총무는 『신한국당이 비상식적으로 정국을 운영하는데 야당만 당 할순 없는 것 아니냐』며 『6월5일 개원할 때 신한국당 의원들끼리 한번 잘해보라』고 말했다.韓총장의 발언에 맞장구치는 듯한 모습이다.앞으로도 야당끼리는 한편에선 공을 띄워 올리고 다른 편에선 화답하는 이런 식의 모습이 계속 연출될 것같다.
그러나 현재 국민회의와 자민련에 가장 중요한 의제는 역시 「DJ-JP 회동」이다.결국은 두 총재의 만남이 향후 정국의 분수령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따라서 2일의 양당 총장회담에선 이문제가 깊숙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이와관련,자 민련 金총장은『원내대책이나 정치차원의 대응은 실무진에서 하고 총재회담에선 두분이 정국에 대한 기본인식을 함께 나누는 차원높은 회담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金씨가 「보기좋게」 만나야 한다는 말 같다.이를 위해 양당의 총장.총무들은 사전에 충분한 의견교환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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