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포커스>이탈리아 한인여행社 현지알선 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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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해외여행 알선 여행사들의 고질적인 덤핑 판매가 다시 도마위에올랐다.칼을 빼든 쪽은 국내 여행사로부터 패키지 손님을 받아 현지 여행을 진행하는 한인 여행업체들.
이탈리아 한인여행사협의회(회장 손홍거)는 지난달 16일 『국내 여행사들이 경쟁적으로 덤핑판매를 계속하고 원가부족분을 현지여행사들에 떠넘겨 더이상 감당할 수 없는 한계상황에 이르렀다』며 한국 여행사가 보낸 단체 관광객의 로마지역 여행알선을 중단했다. 이탈리아 현지 여행사들의 파업으로 이날 대구지역 모여행사가 보낸 단체관광객등 6백여명이 호텔에 발이 묶이거나 인접 도시로 일정을 변경하는등 큰 불편을 겪었다.
현지 한인 여행업계가 파업을 벌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이탈리아 13개 한인 여행사로 이뤄진 협의회는 지상비(호텔.식사.버스요금등 현지 여행알선비)인상과 함께 저가상품 광고시 호텔등급.식사수준등 세부사항을 명기해줄 것을 요구했다.또 대금의 현금결제및 출발전 송금조치등을 내걸고 이같은 요구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한시적으로 여행알선을 거부키로 했다.이에따라 회원사들은 1일과 2일 로마.나폴리.피렌체 지역에서 2차 파업을,16~18일에는 이탈리아 전지역에서 3차 파업을 벌이기로 했다.따라서 이 기간중 이탈리아를 방문하는 여행객들은 일정을 다시 짜야할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 한인 여행사들이 파업이라는 극단적 방법을 감행할 수밖에 없었느냐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그동안 누적돼온 불만이폭발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있다.
현재 서울에 사무실을 두고있는 유럽 지상수배업체(랜드사)는 30개 사.이들이 떠안고 있는 유럽 현지 여행사들에 대한 체불금이 1천만달러(80여억원)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럽 지상수배업체협의회(회장 윤재명)등에 따르면 패키지 업체들이 지불하고 있는 유럽여행 1인당 1일 지상비는 1백~1백30달러.유럽 랜드사들이 잡고 있는 적정 지상비 원가는 1백60달러.결국 고객 1인당 최고 60달러까지 적자를 보고 있다는 주장이다.게다가 대금지불도 많은 경우 어음이나 1~3개월후에 지불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그나마 고객을 받지 않을 경우당장 운영이 되지않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행사를 진행한다는 것이다.결국 랜드사가 부도를 내고 달아 나는 사태마저 발생하게되고 적자를 보충하려다 보면 정상가격으로 들어오는 손님들도 질낮은 서비스를 받을 수밖에 없게된다는 주장이다.
이에대해 국내 패키지여행사들은 『랜드사 요구대로 지상비를 올려줄 경우 모객이 어렵다』며 지상비를 올려주지 않을 계획이어서지상비를 둘러싼 여행업계의 마찰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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