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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해방인가, 광복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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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1919년 김원봉 등이 조직한 의열단, 20년 청산리대첩을 이끈 김좌진의 북로군정서와 홍범도의 대한독립군, 26년 김구 선생이 조직한 한인애국단, 40년 임시정부 내에 창설된 한국광복군에 이르기까지 선조들은 조국의 광복을 위해 피를 흘렸다. “1948년은 45년 해방 이후 지속된 좌우 이념 갈등을 결산하는 해였다”처럼 ‘해방’이란 말을 많이 쓰지만 ‘해방’과 ‘광복’은 의미가 조금 다른 말이다.

‘해방(解放)’은 ‘구속이나 억압, 부담 따위에서 벗어나게 하다’라는 의미로 “학부모들이 등록금의 고통에서 해방돼야 한다” “내일이면 학기말 시험에서 해방이다”처럼 쓸 수 있다. ‘8·15 해방’이란 말에는 우리는 가만히 있는 가운데 몇몇 강대국의 도움으로 압제에서 풀려났다는 수동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반면에, ‘광복(光復)’은 ‘빼앗긴 주권을 도로 찾다’는 뜻으로 “광복의 감격에 취해 있던 한반도를 혼란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은 것은 신탁통치 결정이었다” “월간중앙이 광복 이후 우리 곁에서 사라져 가는 것들의 ‘뒷모습’을 취재했다”처럼 쓸 수 있다. 이처럼‘8·15 광복’이란 말에는 우리 선조들이 목숨을 바쳐 가며 나라를 되찾았다는 능동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권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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