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prize' 지상 100㎞ 왕복 비행 민간인 우주여행 대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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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미국 캘리포니아의 모자비 사막 근처. 민간 특수 항공기 제작업체인 스케일드 컴포지트스의 비행기인 '화이트 나이트'가 배 밑에 또 하나의 비행기 '스페이스십원'을 매달고 이륙했다. 화이트 나이트는 스페이스십원의 모선. 화이트 나이트가 최대한 높이 뜬 상태에서 스페이스십원의 로켓을 점화했다. 스페이스십원은 모선에서 분리되면서 음속의 두배에 해당하는 마하 2의 속도로 솟아올랐다. 40초간 로켓이 타면서 스페이스십원은 지상 32㎞까지 올라간 뒤 낙하산을 펼쳐 지상에 착륙했다. 우주조종사가 탄 민간 우주선이 이만큼 올라간 것은 처음이다.

이는 1000만달러(약 115억원)의 상금이 걸린 민간 우주여행 시합인 '엑스 프라이즈(X-prize)'의 승자가 되기 위한 한 업체의 우주선 시험 비행이다. 엑스 프라이즈는 조종사를 포함해 세명을 태운 우주선이 지상 100㎞까지 가장 먼저 올라간 팀이 승자가 된다. 정부 지원을 받지 않는 민간이어야 하며, 같은 우주선으로 2주 안에 두번 올라갔다 내려와야 한다는 조건이다. 정해진 시합 일정은 없으며, 지금도 먼저 올라가기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미국.캐나다.러시아.영국.이스라엘.아르헨티나 등 전세계에서 27개 팀이 참가하고 있다. 한국팀은 없다. 엑스 프라이즈는 각국의 정부 주도 우주여행이 민간으로 전환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세계 첫 대회. 최근 들어 상당수의 팀이 우주선의 개발을 속속 완료하고 성능 시험에 나서고 있어 오는 10월 안에는 승자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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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100㎞는 우주와 대기권의 경계면. 과학자들은 지상 50~100㎞ 구간을 '데드 존(dead zone)'으로 부른다. 비행기도, 인공위성도 지나다니지 않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여기는 공기가 극도로 희박해 일반 비행기의 조종술이 먹히지 않는다. 풍선이 올라갈 수 있는 최고 높이는 40㎞ 정도. 이 때문에 대기권이면서도 높은 진공 상태의 우주의 맛을 볼 수도 있는 한계선인 100㎞를 엑스 프라이즈 주최측이 잡은 것.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위성운영센터 최기혁 박사는 "엑스 프라이즈는 한시간 남짓하는 우주여행이지만 민간의 우주선 기술이 크게 향상될 수 있는 계기"라며 "극도의 짜릿한 맛을 느끼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아 그 여행 수요는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 우주 여행은 5분 정도의 무중력 상태와 초고속 상승과 하강 때 느끼는 눈 앞이 하얗거나 빨간 상태도 경험할 수 있다. 참가팀들은 우주선을 쏘아 올리기 위해 기발한 아이디어를 동원하고 있다. 화이트 나이트와 스페이스십원처럼 하늘로 싣고 올라가 쏘기도 하고, 모선으로 풍선을 이용하기도 한다. 그렇지 않으면 처음부터 땅에서 로켓으로 쏴 올리는 방법을 쓰고 있다. 이들 대부분의 우주선은 목표 지점까지 올라간 뒤 낙하산을 펴 내려온다.

이스라엘 ILAT사의 우주선인 '네게브5'는 축구장 크기만한 풍선에 우주선을 매달고 지상 25㎞까지 올라간다. 거기서 우주선에 장착된 로켓을 발사해 목표지점을 공략한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미국의 펀더멘털 테크놀로지 시스템사의 우주선 '오라라'는 활주로에서 우주선에 장착한 로켓을 점화해 발진한다. 서서히 고도를 높여가다 지상 25㎞ 지점에서 우주선의 각도를 75도 정도로 세운 뒤 로켓의 출력을 최고로 높여 100㎞의 테이프를 끊는다는 것이다. 영국 브리스톨 스페이스래인스의 우주선인 '아센더'는 제트엔진과 로켓을 모두 장착하고 있다. 제트엔진으로 활주로를 이륙한 뒤 지상 8㎞ 정도에서 로켓을 점화한다.

최박사는 "지상 100㎞라고는 하지만 고도의 우주항공 기술이 필요하다"며 "이번 대회가 장기적으로 민간 기업의 우주 기술을 한 차원 끌어 올리고, 극히 적은 비용으로 우주여행을 할 수 있는 시대를 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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