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m지점서 2위 내준 박태환 ‘막판 스퍼트’ 세계가 또 놀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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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 보이’ 박태환 이 베이징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추가하며 세계를 또 한번 놀라게 했다.

박태환은 12일 중국 베이징 국가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수영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서 1분44초85의 기록으로 2위로 골인,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태환의 이날 기록은 전날 준결승에서 세운 아시아 기록(1분45초99)을 하루 만에 1.14초나 줄인 것이다.

지난 10일 자유형 400m 결승에서 한국 수영 사상 최초로 금메달을 따냈던 박태환은 이날 은메달을 추가하며 세계 수영의 황태자로 떠올랐다.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 는 1분42초96으로 자신의 세계 기록(1분43초86)을 0.90초 줄이며 이번 대회 세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박태환에 이어 피터 밴더케이(24·미국)가 1분45초14의 기록으로 동메달을 차지했다.

아테네 대회 6관왕에 올랐던 펠프스는 이번 대회에서 3개의 금메달을 추가해 마크 스피츠, 칼 루이스, 파보 누르미, 라리사 라티니나 등과 함께 올림픽 통산 최다인 9개의 금메달을 목에 거는 업적을 이뤘다.

출발은 역시 박태환이 빨랐다. 5번 레인을 배정받은 박태환은 4번 레인의 밴더케이, 6번 레인에 자리잡은 펠프스 사이에서 힘차게 앞으로 나아갔다.

50m 기록은 펠프스가 24초31로 단독 선두, 박태환은 24초91로 3위였다. 하지만 박태환은 시간이 지날수록 힘을 냈다. 펠프스가 100m 지점을 50초29로 돌자 박태환은 51초54로 뒤를 이었다.

100m 지점을 지난 뒤 펠프스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이었다. 펠프스는 큰 키와 강한 하체를 바탕으로 성큼성큼 앞서 나갔다.

박태환은 150m 지점에서 4번 레인의 밴더케이에게 2위 자리를 내줬다. 밴더케이가 1분18초61로 반환점을 돈 반면 박태환은 0.07초 뒤진 기록으로 150m에서 턴을 했다. 이후는 박태환과 밴더케이의 2, 3위 싸움이었다. 박태환은 물을 타고 흐르는 명품 수영으로 밴더케이를 따라잡았고 결국 그를 제치고 2위로 골인했다.

펠프스는 경기를 마친 뒤 “박태환의 막판 뒷심이 좋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마지막 50m를 남기고도 방심하지 않고 스퍼트를 했다”고 밝혔다.

펠프스는 곧바로 이어진 접영 200m 준결승에도 출전해 1분53초70의 올림픽 타이 기록으로 골인했다. 13일 오전 결승에서 우승하면 펠프스는 올림픽 통산 최다인 10개의 금메달을 목에 거는 새 역사를 쓰게 된다.  

베이징=정영재 기자

박태환, 펠프스와 겨루고 나서
“어땠냐고요? 그가 너무 빨라 한숨만 나왔죠”

“펠프스랑 뛰어보니까 어땠냐고요? (그가 너무 빨라서) 한숨밖에 안 나왔어요.”

12일 남자 자유형 200m에서 아시아 신기록을 세우며 은메달을 따낸 ‘마린 보이’ 박태환은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 에 이어 2위로 골인한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박태환은 경기를 마친 뒤 “그래도 좋은 기록이 나와서 기쁘다. 경쟁을 해준 미국의 (피터) 밴더케이 선수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많은 분들이 응원을 해주신 게 힘이 돼서 좋은 기록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

박태환은 “직접 경쟁해 보니 펠프스는 아예 안 보이더라. 함께 올림픽 결승에서 경쟁한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며 “은메달도 과분하다. 경기 후 펠프스에게 축하한다고 말해줬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경기를 마친 뒤 4번 레인에서 뛴 밴더케이에게 ‘펠프스가 너무 빠르지 않냐’고 말했다”며 웃었다. “펠프스와 경쟁하면서 내가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는 것도 느꼈어요. 올림픽이 끝나는 대로 턴 연습을 더 보강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같은 수영 선수로서 펠프스는 존경할 만한 선수지요. 그가 8관왕 목표를 꼭 이루기를 기원합니다.”

박태환은 “한국 언론에서 펠프스의 8관왕 도전을 내가 저지한다는 기사가 나온 걸 봤는데, 그런 내용만으로도 감사한다. 4년 뒤인 런던 올림픽에선 이기고 지고를 떠나서 최선을 다해 좋은 경쟁을 하는 게 목표”라며 크게 웃었다. 박태환은 남은 자유형 1500m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경기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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