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갓길 없슴” “학력 제한 없슴” “셋방 있슴” “얼린 생수 있슴” 등으로 표기하지만 모두 맞춤법에 어긋나는 말이다. 바르게 표현하려면 ‘없슴’은 ‘없음’으로, ‘있슴’은 ‘있음’으로 고쳐야 한다.
‘없음/있음’은 ‘없다/있다’의 어간 ‘없-/있-’에 명사형 어미 ‘-음’이 붙은 형태다. ‘많다/적다’가 ‘많슴/적슴’이 아니라 ‘많음/적음’으로 활용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슴’이란 어미가 없는데도 ‘없슴/있슴’으로 적는 건 받침에 ‘ㅅ’이 있어 [슴]으로 발음 나는 데다 ‘-습니다’와 관련짓는 경향 때문이다.
1988년 맞춤법 개정 때 종결어미 ‘-읍니다’가 ‘-습니다’로 통일되면서 ‘-음’이 붙는 명사형도 ‘-슴’으로 바뀌었다고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명사형 어미는 ‘-음’이다. ‘깊다/얕다’의 명사형이 ‘깊음/얕음’이듯이 ‘없다/있다’의 명사형도 ‘없음/있음’이다. 어미 ‘-었-’ ‘-겠-’ 다음에도 ‘없었음/있었음’ ‘없겠음/있겠음’과 같이 써야 한다.
이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