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후주목해야할사람>6.이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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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한동(李漢東)국회부의장은 최근 선거때문에 다니지 못했던 새벽등산을 다시 시작했다.그래서인지 검게 그을린 얼굴은 탄력있고건강이 넘쳐보인다.표정도 밝아졌다.자신이 책임진 경기지역이 14대때의 21석에 못미치는 18석의 의석을 확보 하는데 그쳤지만 그가 막판에 진입한 서울지역은 대승을 거두었기 때문이다.18일 아침 청와대에서 있은 당직자조찬간담회에서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유독 李부의장을 향해 『수고했어』라며 각별한 칭찬을 보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선거이후 李부의장은 측근들에게 부쩍 『초선의원과 같은 자세로일해야 한다』는 말을 힘주어 강조하곤 한다.『다섯번 선거를 치르는동안 이번 만큼 어려운 선거는 없었다』고 말할 만큼 유권자의 밑바탕에 흐르는 「무서운」민심(民心)을 읽은 그가 5선의원으로서 스스로에게 다지는 다짐으로 볼 수도 있다.그러나 그의 말 속에는 예전과는 다른 의미와 무게가 실려있음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같다.
「新중부권 역할론」을 주창,이미 여러차례 대권(大權)도전의사를 밝힌 그다.총선이 끝나자마자 재빨리 김윤환(金潤煥)대표위원과 만나 향후 정계판도와 민정계의 역할에 대해 깊숙한 의견교환을 나누는등 발빠른 대응을 보이기도 했다.지역에 인사를 마치는대로 다음주부터는 선거로 미뤄졌던 강연을 재개할 예정이다.경희대 행정대학원 특강을 비롯해 10여건의 대학.사회단체등에 출강이 계획돼있다.주제는 「15대 총선 분석과 향후 정국방향」.
당내 일각에서는 李부의장의 발빠른 행 보에 대해 『대선을 겨냥,이미 이미지 굳히기와 조직구축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견해도 있다.어쨌든 李부의장은 다가올 대통령 선거의 중요한 변수로작용할 것이 틀림없다.
그는 대권주자가 대의원 전당대회를 통한 당내 자유경선으로 확정될 경우 나름대로 승산이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같다.서울.경기지역을 기반으로 닦아온 탄탄한 정치력과 보수적이면서도 합리적인 이미지를 동시에 갖춘 중진이란 평가에 기 대를 걸고 있다.여권 핵심인사들로부터도 좋은 평가를 받고있어 그로서는 굳이 경선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만약 자신이 후계자군에 끼지 못할 경우 그가 취할 행보에 따라서는 야권에도 상당한 변수가 될수 있다는 조심스런 분석도 나오고 있다.최악의 경우 탈당도 불사하지 않겠느냐는 얘기다.보수 야당과의 연합을 통해 역할분담론을 전제로 한 대권도전시나리오도 생각할수 있을 것이다.실현가능성은 희박한 얘기다.정통 여당의 맥을 지켜온 그이기 때문이다.
최근 그는 『야당의 초선 당선자가 「지역구가 이렇게 힘든 것인줄 몰랐다」고 말하더라』고 전하면서 『그래서 장관등 요직은 지역구를 해본 사람이 맡아야 한다는게 내 지론』이라고 말했다.
듣기에 따라선 당내 전국구 대권후보들을 겨냥하고 한 말같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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