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A형간염’급증 … 새 골칫거리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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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형간염은 어렸을 때 A형간염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은 젊은층에 발생할 뿐 아니라 증상도 심하다. [중앙포토]

국내 간염 환자 지도가 변하고 있다. 간염은 대한민국 40대 남성 사망률을 동년배 여성의 3배로, 간암 발생률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로 만든 주범. 배후엔 A형·B형간염 바이러스가 있다. 다행히 경제성장과 국가에서 실시한 백신 접종 덕에 B형간염 발생률은 급감하고 있다. 반면 관심 밖이던 A형간염이 골칫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B형 백신 개발과 위생 개선이 배경=백신 도입(1983년)→초등학생 집단 접종(88년)→신생아 의무 접종(95년)→출생시 산모로부터의 감염 예방(2002년). 세계보건기구(WHO) 지정 유행지역 및 간암 발생률 세계 1위의 오명을 안겨줬던 B형간염을 유아(4~6세) 감염률 0.2%(WHO 기준: 1%)인 선진국형으로 탈바꿈시킨 정부 시책이다. 하지만 여전히 25세 이상 성인의 B형간염 감염자는 여전히 7~8%다. 2007년 조사에서도 전국민 감염률이 4.6%로 높게 나타나는 이유다.

간염은 A·B·C·D·E·G 등 간염 바이러스와 성분 미상의 약제·술 등이 원인이다. 이 중 B형과 C형간염,알콜성 간염 등은 급성 감염 후 만성 간염→간경변→간암 순으로 진행하며, 70%는 B형간염이 원인이다.

최근 사회 관심사로 떠오른 A형간염은 가난했던 시절엔 관심조차 못끌던 병이다. 먹는 음식이나 물을 통해 전염되는 병이라 어릴 땐 누구나 한 번씩 걸려 가볍게 앓고 지나가 면역력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1980년대 이후 출생자들. 위생 환경이 좋아져 A형간염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은 세대다. 반면 10여 년전부터 A형간염이 풍토병처럼 상시 유행하는 개발도상국과의 교류는 급속히 확산됐다.

최근 A형간염 환자가 급증하는 이유다. 다행히 A형간염은 급성 감염후 만성화하는 일은 없다.

C형간염은 환자 발생률에 변함이 없다. 증상이 가벼워 감기처럼 앓고 지나가지만 수십년에 걸쳐 50% 이상이 만성화해 간경변이나 간암을 초래한다. 국내 간암 중 C형간염 환자 비율은 20% 정도다.

◇치료는 맞춤식으로=‘중년의 위기를 넘겨라’. 과음·과로의 유혹이 잦은 만성 간염을 앓는 남성 환자들이 명심해야 할 문구다. 실제 한국 남성의 간경변증·간암 발생률은 여성의 4배가 넘는다. 특히 40~50대 간질환 사망률은 여성의 8배다.

급·만성 간질환자는 성분 미상의 약물과 민간요법을 멀리해야 한다. 간은 우리 몸에 들어온 물질을 대사시키고 각종 독성 물질을 처리하는 장기라 자칫 불필요한 성분이 유입되면 언제라도 기능이 떨어질 위험이 크다. 간염 환자들이 복용하는 민간요법은 허깨나무·인진쑥·돌미나리·신선초·민물고동·한약재가 섞인 붕어즙, 과량의 스쿠알렌 등이다.

과학적 검증을 마친 인터페론·라미부딘·아데포비르 등 항바이러스 치료제도 간 전문가의 지시대로 꼭 필요할 때, 꼭 필요한 양만 복용해야 한다. 항바이러스 치료 역시 불필요하게 사용하다간 내성만 키울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인터페론과 리바비린 등 치료제가 있는 C형간염도 마찬가지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A형간염은=간세포를 파괴하는 바이러스의 일종. 주로 A형간염 바이러스에 오염된 음식물 또는 환자 접촉을 통해 옮겨진다. 15~45일의 잠복기를 거쳐 열이 나고, 식욕감퇴·구토·복통·설사·황달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어릴수록 가볍게, 나이들수록 심하게 앓는 것도 특징이다. 황달만 해도 6세 이전 영·유아에겐 거의 없지만 초등학생은 40~50%, 성인은 70~80%에서 나타난다. 전격성 간염 발생률도 어린이는 0.3%인 반면 50세 이상은 3%를 웃돈다.

◇도움말=고려대 의대 소화기내과 이창홍 교수, 연세대 의대 소화기내과 한광협 교수, 서울대 의대 소아과 고재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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