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체르노빌 10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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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때 미국에서 유행한 말 가운데 「차이나신드롬」이 있다.미국원자력발전소에서 원자로 노심용융(爐心熔融.멜트다운)사고가 발생하면 연료봉이 녹아 지하로 스며들어 지구 반대편인 중국에서 분출한다는 것이다.그후 같은 제목의 영화가 만들어 졌는데 영화가공개된지 얼마 안 있어 드리마일 아일랜드 원전(原電)사고가 발생(79년)해 차이나신드롬은 더 유명해졌다.
86년 4월26일 새벽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사고는 사상 최대.최악의 원자력발전 사고였다.원자로 4기(基)중 하나에서 노심온도가 급등,연쇄반응이 통제불능 상태에 빠지고 연료봉이 녹아내렸다.폭발로 콘크리트지붕이 날아갔으며,엄청난 양의 방사능물질이공중으로 방출됐다.세슘 67의 양을 놓고 볼 때 히로시마(廣島)형 원자폭탄 3백50발에 해당하는 양이었다.죽음의 재는 스칸디나비아반도.북웨일스.시베리아에까지 날아갔다.
피해도 엄청났다.오염제거작업에 참가한 노동자 5천7백여명,주민 2천5백여명 등 8천2백여명이 사망했으며,43만2천여명이 암.방사선 장애.우울증으로 고통받고 있다.벨로루시에선 어린이 갑상선암 환자수가 24배로 늘었다.우크라이나 전국 토의 5%가오염지역이다.
체르노빌 원전은 지금도 원자로 2기가 가동중이다.최근 미국 에너지부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원자로 10기를 선정,발표했는데 체르노빌 원자로들이 3,4위에 랭크됐다.사고를 일으킨 4호기는 거대한 콘크리트벽을 씌웠으나 몇년전부터 균열이 발생,방사능 누출이 우려되고 있다.국제기구와 환경단체들은 원전가동 즉각 중지.해체를 요구하고 있으나 우크라이나 정부는 전력난과 엄청난 해체비용을 이유로 거부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우크라이나는 서방선진7개국(G7)에 오는 2000년까지 체르노빌 원전을 연차적으로 폐쇄하는 계획을 제출했다.
원조 요구액이 80억달러에 달한다.전문가들은 원전폐쇄뿐만 아니라 오염지역에서 오염을 제거하려면 앞으로 30년동 안 1백억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
체르노빌사고 발생 10년이 지났지만 후유증은 아직도 계속되고있다.그 후유증이 완전 치유될 때까지 세계 원자력 개발은 앞으로 상당기간 무거운 짐을 져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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