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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로제 와인 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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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지난달 28일 밤 파리 시내 와인바 ‘를레 드 샤르봉’. 파리에 본격적인 한여름 더위가 시작된 이날 샤르봉의 야외 좌석은 초저녁부터 젊은이들로 가득 찼다. 거의 모든 테이블에는 갸름하게 생긴 병에 담긴 핑크빛 로제 와인이 배달됐다. 한 웨이터는 “날이 더워지면서 로제 와인 주문이 크게 늘고 있지만 실상은 여름뿐 아니라 봄부터 가을까지 꾸준히 인기가 있다”고 말했다.

와인의 종가 프랑스에 로제 와인 열풍이 불고 있다. AFP에 따르면 10년 전에는 프랑스 전체 와인 소비량 가운데 로제는 8% 수준이었지만,지난해에는 21%로 크게 늘었다. 로제 와인 연구센터(CREVR) 측은 “프랑스에서 유일하게 로제 와인만 생산량이 크게 늘고 있다”고 전했다.

로제 와인이 각광받는 이유는 소비자들의 입맛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로제 와인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프랑스 프로방스 지역의 미셸 나즐 조합장은 “소비자들이 점차 가벼운 맛을 선호하기 때문에 로제가 인기를 끈다”고 전했다. 특히 젊은이들의 경우 카베르네 소비뇽 등 묵직한 맛을 내는 품종보다는 로제의 신선한 맛을 좋아한다. 또 레드와 화이트 와인의 중간적인 특성 때문에 식전주로도 인기가 있을 뿐만 아니라 식사 중에도 대부분의 음식들과 잘 어울린다. 시원하게 마실 때는 맛과 향이 한층 살아나기 때문에 요즘처럼 더운 여름에는 찾는 사람이 더 많다.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와인 스트레스’가 없다는 점이다. 레드 와인의 경우 생산지나 품종·빈티지 등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부담이 크지만 로제 와인은 복잡하게 따지지 않고 편하게 마실 수 있다는 것이다. 생산지는 프로방스와 루아르 등으로 제한돼 있고 대부분은 오래 보관하지 않고 마신다.

여성들의 와인 소비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과 가격이 대체로 저렴하다는 점도 로제 소비 증가와 관계가 깊다. 로제 와인은 와인바에서도 보통 10유로대의 가격으로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로제 와인은 흔히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을 섞어 만드는 것으로 잘못 알려져 있지만 이는 법으로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상파뉴 지방에서 생산되는 로제 샴페인에서만 혼합 제조가 허용된다.

파리=전진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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