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피리’의 ‘향단이’와 ‘방자’격인 파파게나(左)와 파파게노가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 희극 오페라의 매력을 보여준다. [예술의전당 제공]
그런데 ‘상징’으로 가득한 이 작품이 국내에서 어린이 공연의 히트상품으로 뿌리내리고 있다. 서울 예술의전당은 2001년부터 매년 여름 ‘가족 오페라 마술피리’를 무대에 올려 7년 연속 티켓을 매진시켰다. 최근에는 인천·수원·군포·제주의 공연장에서도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마술피리’ 공연이 유행처럼 번지는 중이다.
◇왜 인기일까=오페라 연출가였던 고(故) 문호근 씨는 저서에서 “헷갈리는 이야기를 정신 차리고 보면 더 헷갈리는 데 반해, 별로 긴장하지 않고 따라가다 보면 오히려 재밌는 것이 ‘마술피리’”라고 풀이했다. 이야기가 촘촘히 전개되지는 않지만 ‘왕자가 갇혀있는 공주를 구출한다’는 줄거리가 명쾌하기 때문이다.
이는 은유로 채워진 오페라 ‘마술피리’가 어린이를 대상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다. 선과 악의 대결이 뚜렷하고, ‘우리 편’인 줄 알았던 등장인물 ‘밤의 여왕’이 알고 보니 적(敵)이라는 내용도 요즘 아이들의 관심을 끈다. 또 남녀의 진한 사랑이 그려진 이탈리아의 오페라에 비교했을 때 ‘마술피리’는 ‘모든 연령 관람가’에 가깝다.
무엇보다 시대에 맞춘 진화가 ‘어린이 마술피리’의 성공 비결이다. 어린이 오페라는 독일어 가사를 과감히 버렸다. 성악가들은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한국어로 바뀐 가사로 노래한다. 대사는 구어체로 편안하게 만들었다. 세 시간 넘는 공연 길이는 한 시간 쳐냈다. 주인공이 당하는 복잡한 시련 등은 모두 생략했다. 대신 코믹한 부분은 더 우스꽝스럽게 손질했다.
◇작품 ‘참맛’ 해칠 위험도=원작의 보존을 중요시하는 청중은 섭섭할 만하다. ‘마술피리’는 독일의 민속극인 ‘징슈필’의 일종으로도 분류된다. 그만큼 독일어는 작품과 분리될 수 없는 중요한 요소다. 신비한 코드를 하나하나 풀어가는 ‘마술피리’의 묘미가 복잡한 내용을 생략한 각색과정에서 단순화됐다는 비판도 나올만하다. 자칫 어린이 청중이 ‘마술피리’를 동화로만 기억할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가족 오페라 마술피리’는 9~24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김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