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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관객 “마술피리, 뭐가 어려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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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마술피리’의 ‘향단이’와 ‘방자’격인 파파게나(左)와 파파게노가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 희극 오페라의 매력을 보여준다. [예술의전당 제공]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는 심오한 작품이다. 그의 마지막 오페라로, 작곡가의 인생관과 신념이 녹아있다. 모차르트는 전제군주·민중을 상징하는 인물을 등장시키고 이들에게 이성적·도덕적 판단을 요구한다. 이는 ‘마술피리’의 대본가 에마누엘 쉬카네더와 모차르트가 함께 가담했던 비밀단체 프리메이슨의 사상이다. 프리메이슨의 신념은 ‘마술피리’의 곳곳에 숨어있다.

그런데 ‘상징’으로 가득한 이 작품이 국내에서 어린이 공연의 히트상품으로 뿌리내리고 있다. 서울 예술의전당은 2001년부터 매년 여름 ‘가족 오페라 마술피리’를 무대에 올려 7년 연속 티켓을 매진시켰다. 최근에는 인천·수원·군포·제주의 공연장에서도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마술피리’ 공연이 유행처럼 번지는 중이다.

◇왜 인기일까=오페라 연출가였던 고(故) 문호근 씨는 저서에서 “헷갈리는 이야기를 정신 차리고 보면 더 헷갈리는 데 반해, 별로 긴장하지 않고 따라가다 보면 오히려 재밌는 것이 ‘마술피리’”라고 풀이했다. 이야기가 촘촘히 전개되지는 않지만 ‘왕자가 갇혀있는 공주를 구출한다’는 줄거리가 명쾌하기 때문이다.

이는 은유로 채워진 오페라 ‘마술피리’가 어린이를 대상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다. 선과 악의 대결이 뚜렷하고, ‘우리 편’인 줄 알았던 등장인물 ‘밤의 여왕’이 알고 보니 적(敵)이라는 내용도 요즘 아이들의 관심을 끈다. 또 남녀의 진한 사랑이 그려진 이탈리아의 오페라에 비교했을 때 ‘마술피리’는 ‘모든 연령 관람가’에 가깝다.

무엇보다 시대에 맞춘 진화가 ‘어린이 마술피리’의 성공 비결이다. 어린이 오페라는 독일어 가사를 과감히 버렸다. 성악가들은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한국어로 바뀐 가사로 노래한다. 대사는 구어체로 편안하게 만들었다. 세 시간 넘는 공연 길이는 한 시간 쳐냈다. 주인공이 당하는 복잡한 시련 등은 모두 생략했다. 대신 코믹한 부분은 더 우스꽝스럽게 손질했다.

◇작품 ‘참맛’ 해칠 위험도=원작의 보존을 중요시하는 청중은 섭섭할 만하다. ‘마술피리’는 독일의 민속극인 ‘징슈필’의 일종으로도 분류된다. 그만큼 독일어는 작품과 분리될 수 없는 중요한 요소다. 신비한 코드를 하나하나 풀어가는 ‘마술피리’의 묘미가 복잡한 내용을 생략한 각색과정에서 단순화됐다는 비판도 나올만하다. 자칫 어린이 청중이 ‘마술피리’를 동화로만 기억할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가족 오페라 마술피리’는 9~24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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