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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새안보질서>上.미국의 동아.태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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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과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일본총리는오는 17일 도쿄(東京)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미.일 신안보공동선언」을 발표한다.일본자위대의 역외 활동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신안보공동선언은 장차 북한위협 소멸이후 한. 미군사관계의 원형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중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을 자극하는 측면도 관심거리다.선언의 내용과 의미,배경이 된 미국의 동아시아.태평양전략과 미군의 역내 배치전력및 군사전략,동북아 안보질서의 장래 등을 집중조명 해 본다.
[편집자註] 냉전이 한창이던 60년에 체결된 미.일안보조약은대소(對蘇)봉쇄를 통해 일본에 대한 옛소련의 위협을 차단하는데목적이 있었다.조약 제5조는 일본영토에 대한 제3국의 공격때 미국의 군사대응을 규정하고 있다.미국은 오키나와를 비롯한 일본전역에 공군과 해병대를 중심으로 12개 기지를 두고 많은 병력을 주둔시켜 왔다.일본자위대도 옛소련을 겨냥,홋카이도(北海道)등 북방영토에 집중배치됐다.
냉전은 끝났고 러시아는 더이상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다.미.일안보조약의 토대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방위비 분담액으로연간 40억달러를 써가며 4만5천명의 미군을 계속해서 받아들일필요가 있느냐는 의문이 일본내에서 제기되고 있 다.특히 지난해오키나와에서 발생한 일본소녀에 대한 미군의 집단성폭행 사건은 주일미군의 존재이유에 대한 일본사회의 비판적 여론을 더욱 들끓게 하는 계기가 됐다.미국과 일본의 통상마찰 또한 더욱 심화되는 추세에 있다.
미.일안보조약에 대한 재정의가 불가피하다는 것은 탈냉전후 양국정부 책임자들의 공통된 인식이었고 그 결과로 나온 게 신안보공동선언이다.선언은 한반도긴장.러시아의 불안정.대량살상무기확산등을 구체적으로 적시하면서 『미.일안보체제가 일 본의 방위 뿐만 아니라 동아.태지역의 평화와 안정의 지주』라고 천명하고 있다. 미국이 미.일안보체제의 영역확대를 추진한 배경에는 냉전종식 이후 일본의 미.일동맹 이탈과 독자노선 가능성을 방지하고 증대되는 일본의 힘을 동맹관계의 틀속에 묶어두려는 의도가 자리잡고 있다.
한편 일본으로서는 소련 붕괴이후 유일 초강대국으로 부상한 미국과의 관계강화를 통해 자국의 안보를 확실히 하는 동시에 미.
일동맹의 영역확대를 통해 일본이외 지역에서 자위대를 사용하는데따른 국내외적 제약을 완화할 수 있다는 측면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속셈은 서로 다른 것이다.
신안보공동선언 발표와 함께 미.일 양국은 「물품.역무상호융통협정」(ACSA)까지 체결할 계획이다.미군과 자위대간 항공기.
함정 연료,수송업무 상호지원을 내용으로 하는 이 협정은 한반도유사시 자위대가 출동해 미군의 후방지원을 담당할 수 있는 법적근거가 될 수 있다.
이미 일본은 지난해말 방위계획대강 수정을 통해 북방영토에 집중배치된 자위대를 지역균등배치로 바꿔 북방중시 방위태세에서 중국.한반도등 주변지역 돌발사태에 대비하는 서방경계태세로의 전환을 시사한 바 있다.
오랜 냉전기간중 미국은 옛소련을 상대로 철저한 봉쇄.억제전략을 유지해 왔다.그러나 냉전종식에 따른 안보상황의 변화는 미국의 대외전략에 새로운 전기를 가져다 주었다.봉쇄.억제전략을 수정,개입(engagement).확대(enlarge ment)전략으로 전환한 것이다.이같은 전략상의 변화는 미국이 북한의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해 북한과 관계개선을 추진하는 배경도 되고 있다. 지난해 2월 조지프 나이 당시 국방부국제안보차관보는 개입과 확장의 원칙에 바탕을 둔 새로운 동아.태안보전략을 발표했다.이 전략은 예측가능한 장래까지 3만7천명의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제7함대 해상지원병력을 포함해 동아.태지역에 10 만명의병력을 계속 전진배치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미국의 동아.태전략이 장차 중국에 대한 군사적 견제 필요성을상정하고 있음은 물론이다.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동아.태지역에 대한 미국의 긴요한 경제적 이해를 지키기 위해서다.94년 한햇동안 미국은 이 지역에 1천5백30억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려국내적으로 3백10만개의 일자리를 유지했다.전체교역량의 36%를 이 지역이 차지하고 있으며 그 비중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 지역의 경제성장은 안보환경과 직결돼 있고,특히 중동과 이지역을 잇는 해상교통로의 확보는 절대적이라고 미국은 믿고 있다.동아.태전략의 효과적 수행을 위해 미국으로서는 주일미군을 유지하고 일본을 군사적 영향권내에 묶어두는 일이 절대적으로 긴요할 수밖에 없다.신안보공동선언으로 미국은 일단 이러한 의도를 관철하는데 성공했다.그러나 일본의 군사적 역할증대가 한반도와 중국을 포함한 동북아 질서에 미칠 파장을 과소평가한게 아니냐는지적 또한 만만치 않다.
김준범.배명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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