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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이면 보낸다’ … 네거티브 광고전 또 폭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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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기행을 일삼는 스캔들 메이커 패리스 힐튼과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TV 화면에 나타난다. 이어 버락 오바마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등장한다. 내레이터가 “그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연예인이다. 그러나 지도자가 될 준비는 됐을까”라고 말한다.

지난달 말 존 매케인 미 공화당 대선 후보 진영이 제작·방영한 TV 광고다. 경쟁자인 오바마를 국가지도자 대신 알맹이 없는 연예인으로 추락시켰다. 매케인 진영은 두 번째 광고에선 오바마를 사이비 예언자에 빗댔다. 영화 ‘십계’에서 모세가 바닷물을 가르는 장면과 오바마 유세에 열광하는 청중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오바마는 하나의 신은 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을 이끌 준비가 돼 있는가”라고 반문한다. 오바마가 마치 선지자처럼 행동할 뿐 대통령감은 결코 아니라는 주장을 담은 것이다.


반격에 나선 오바마 진영의 TV 광고에서 내레이터는 “매케인은 독립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이다. 정말 그런가”라고 묻는다. 이어 “대통령과 나는 대부분의 이슈에 의견을 같이한다. 나는 90% 이상 부시 대통령 정책에 찬성했다”는 매케인의 말을 직접 인용한다. 부시 대통령의 세금정책은 부자들만을 위한 것이라는 주장과 함께 매케인의 웃는 얼굴 뒤로 부시 대통령의 웃는 얼굴이 나타난다. 매케인을 인기 없는 부시 대통령과 동격화한 것이다.

미 대선에서 TV 광고전이 본격화하면서 네거티브 선거 캠페인이 불붙고 있다. 왜 대선 TV 광고는 시간이 갈수록 상대 후보에 대한 비방이 거칠어지고, 중상모략의 단계로까지 발전하는 것일까. 워싱턴에 있는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존 울프스탈 선임연구원은 5일(현지시간) “역대 대선에선 TV 광고 하나가 특정 후보를 몰락시키고, 선거를 사실상 끝내버린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TV 광고에는 선거 판세를 일거에 뒤집을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에 이를 잘 아는 후보 진영에게는 ‘한 방의 추억’으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전형적인 예로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인 공화당 조지 H W 부시 후보와 민주당 마이클 듀커키스 후보가 맞붙은 1988년 대선을 들었다.

부시 진영은 듀커키스가 ‘죄수의 주말 휴가제도’를 지지한 사실에 착안해 윌리 호튼이란 살인범이 이 제도를 이용해 납치 강간을 자행한 사건을 소재로 TV 광고를 만들었다. ‘유괴’ ‘강간’이란 큰 자막을 넣고는 듀커키스가 흉악범에게 휴가를 주어 범죄를 저지르게 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이어 수많은 흉악범이 감옥의 커다란 회전문을 통해 쏟아져 나오는 ‘회전문’ 광고로 2차 공격에 나섰다. 울프스탈은 “유권자들은 처음에는 호튼이 누구인지도 몰랐지만, 거듭된 TV 광고 이후 이 문제가 모든 이슈를 삼켜 버렸다”고 밝혔다. 64년 린든 존슨(민주당)과 배리 골드워터(공화당)가 맞붙었을 당시 데이지 꽃잎을 따며 놀던 순진한 어린 소녀의 눈망울에 핵 폭발의 버섯구름을 투영시킨 존슨 진영의 TV 광고도 선거판을 휩쓸어 버린 사례로 손꼽힌다. “핵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고 말한 골드워터는 속수무책으로 이 광고에 당했다.

울프스탈은 “미국 유권자들은 민주·공화 양당의 전당대회가 끝나는 9월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대선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며 “20여 일간 공식 선거운동이 진행되는 한국과 달리 전당대회 후 석 달간이나 선거 캠페인이 진행되는 미국에선 무슨 일이 터질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올 대선에서도 선거캠페인 기간 터져나올 돌발변수에 따라 TV 광고의 소재가 탄력적으로 정해질 것이라고 미 의회 관계자는 전했다. 그는 오바마 후보와 매케인 후보 모두 악몽과 같은 끔찍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고, 그것이 TV 광고의 핵심 소재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바마의 경우 ▶미국에서 제2의 9·11 테러가 발생하거나 오사마 빈 라덴이 체포되는 등 미숙하다고 평가받는 외교안보 분야에서 주요 이슈로 등장할 때 ▶92년의 LA 폭동과 같은 인종 간 갈등이 표면화될 때 ▶오바마가 성장한 시카고 지역 정치의 더러운 이면이 공개될 때 ▶부인 미셸 관련 스캔들이 터졌을 때 네거티브 TV 광고의 소재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매케인의 경우에는 ▶노령에 따른 건강 문제와 이혼 경력 등 개인적 삶이 집중 부각될 때 ▶미국 경제와 이라크전 상황이 악화돼 부시 정권의 계승자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더욱 굳어질 때 ▶매케인의 로비스트 관련 의혹 ▶부인 신디의 사업 관련 스캔들이 터졌을 때 집중 타깃이 될 것으로 예측됐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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