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최고경영자 갑자기 바뀌면 선장잃은 배신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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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후임자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최고경영자가 갑자기 바뀔 경우 그 기업은 과연 어떤 영향을 받을까.최근 론 브라운 미 상무장관이 이끄는 기업사절단이 비행기 사고로 목숨을 잃는 사고가발생하자 미 업계는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던 이 문제에 대해 다시한번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 사고로 7명의 쟁쟁한 기업인들이 목숨을 잃었다.그중에는 AT&T.ABB등 굵직한 기업들의 고위 간부들이 끼여있어 파장이 적지 않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평소 후계자 계획을 전혀 마련하지 않은 기업이 최고경영자를 잃었을 때 대부분은 선장 잃은 배처럼 표류하는 경우가 많다.
휴스턴의 테네코사 최고경영자인 다나 미드는 전임자인 마이클 월시가 갑자기 사망한지 1년 뒤인 94년 2월 이 회사의 사령탑을 맡게 됐다.갑자기 선장이 된 미드는 테네코의 6개 사업부문 책임자들에게 새로 사업계획에 대해 추궁하고 나 섰다.그는 처음에 기존 책임자들의 반발에 부닥쳤다.새 경영자가 자신들의 자리를 불안하게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실제로 미드는 일부관리자를 갈아치웠는데 이런 과정 자체가 기업 입장에서 볼 때 하나의 손실이다.
월트 디즈니사도 2년전 당시 최고경영자였던 프랑크 웰스가 헬리콥터 사고로 사망한 뒤 후임 최고경영자를 결정하기까지 무려 16개월이나 걸렸다.이 기간중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의 회장이었던 제프리 카첸버그를 비롯,여러명의 고위 간부들이 월트 디즈니를 떠나야만 했다.
앨라배마주 버밍햄에 있는 브루노사의 경우 최고경영자의 집단사고로 회사가 완전히 망하는 일까지 벌어졌다.지난 91년 12월당시 회장이었던 안젤로 브루노와 함께 다섯명의 주요 간부들이 비행기 사고로 한꺼번에 목숨을 잃었다.이때 당시 39세였던 로널드 브루노가 아버지의 뒤를 이어 회장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이 회사는 최고경영진이 한꺼번에 사라진 충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지난해 8월 다른 회사에 넘어가고 말았다.
전문가들은 미 기업중 60~70%가 최고경영자의 후임자 계획을 미리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이는 만의 하나 최고경영자가 졸지의 사고를 당할 경우 기업에 위험한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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