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PC통신토론방>영어조기교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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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정병갑(bkjeong:고신대 교수) 김유택(hahninae:동호공업고 교사) 조성기(reedpipe: 미국 브라운대 언어학 박사과정) 전희성(정우엄마:주부) 민선영(램프요정:이화여대과학교육과 3학년) *진행.정리:고규홍(sky60:중앙일보 편집국 독자팀 기자) *접속망:나우누리 중앙일보 대화방(go JAFORUM) -97년에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영어를 정규과목으로 설정한다고 합니다.영어 조기교육은 과연 필요할까요.
조성기=미국에 유학와서 겪어 보니 영어를 가장 못하는 학생들이 한국과 중국 학생들입니다.우리나라의 모든 어린이들이 해외유학을 갈 것은 아니지만 국제화시대에 세계어로 자리를 굳혀 가고있는 영어에서 다른 나라에 뒤떨어져서는 안되겠지 요.
민선영=어린이는 새로운 지식을 배우는 데 어른에 비해 저항력이 작습니다.특히 언어 적응력은 탁월하지요.그래서 회화 위주의조기교육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정병갑=원칙적으로는 영어 조기교육을 찬성하지만 현재로서는 교사들에게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발음도 부정확하고 어린이가 흥미를 가질 만한 방법이 아니라서요.
조=새로운 언어를 배울 수 있는 능력은 사춘기를 전후해 사라집니다.두뇌의 성장이 거의 완료되는 그때부터는 아무리 해도 새로 배우는 언어를 자기 것으로 할 수 없습니다.현재 우리나라처럼 중등학교부터 영어교육을 시작하면 이미 늦다는 이야기입니다.
-현재 영어조기교육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습니까.
김유택=대개 학원에서 강의를 듣고 테이프나 비디오를 이용하고있지요.7세,11세의 저희 집 아이들을 보면 유치원에서 엉터리영어를 배워 오는 경우가 있어요.
-외국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정=유럽의 경우 3~4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대학생들이 많은데 물론 언어구조가 비슷하다는 이유도 있지만 그들 나름대로의 학습방법이 발달했기 때문입니다.
조=유럽의 경우는 나라마다 차이가 있습니다.프랑스나 영국은 자국어 위주의 교육이라 대학생들도 외국어에 서투릅니다.그러나 독일이나 네덜란드.벨기에 등은 외국어 프로그램이 잘 되어 있습니다.독일대학에 들어가려면 외국어 3개를 배워야 합니다.또 네덜란드나 벨기에 등은 나라가 작아 차를 타고 몇 시간만 달리면독일이나 프랑스에 갈 수 있지요.
-영어 조기교육을 위한 교재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전희성=유치원에서 게임이나 놀이를 통해 영어를 가르치는 경우가 있고 외국에서 만든 CD롬 교재들도 어린이의 흥미를 유발한다는 입장에서는 잘 되었다고 판단됩니다.
정=저는 CD롬에 대해서는 부정적입니다.말을 배우기 위해서는그 나라의 문화와 그 언어의 뉘앙스까지 알아야 합니다.그러자면외국인에게 직접 배우는 방법이 가장 좋겠고,최소한 사람에게서 직접 배워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전=영어에 능통하지 않은 부모들로서는 좋은 선생님을 선별할 수 없지요.선생님의 자질과 수준을 선택하기 힘든 상황에서 좋은영어교재는 차선책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영어 조기교육의 부작용은 무엇이고 향후 영어교육의 바람직한방향은 어떠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김=우선 민족주의와 관련해서인데,사대주의나 화이트 콤플렉스,즉 백인에 대한 열등의식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거지요.영어를 너무 강조하다 보면 받아들이는 어린이들에게 백인에 대한 열등의식을 각인할 염려가 있어요.
민=현재 우리나라에서 어린이 영어교육은 대부분 사교육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사교육을 통한 영어 조기교육은 학부모의 부담을가중시킵니다.또한 체계적인 교육방법이나 연구가 없는 무분별한 영어교육이 이뤄질 수 있기도 합니다.영어 조기교 육은 국가적인차원에서 지원해야 합니다.초등학교 교육과정 개편에 따르면 영어조기교육을 실시하기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어전공 선생님이 부족해 담임교사가 영어를 가르치기로 했다고 합니다.전문 영어교사 양성이 시급하다고 봅니다.
조=동감입니다.시청각교재가 어느 정도 역할을 하고는 있지만 시청각교재는 보조교재에 불과합니다.
전=바람직한 영어교육이 실행되기 위해서는 학부모.학교.정부의적극적인 연결이 있어야 합니다.이렇게 열린 교육환경에 아동을 적극 참여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정=과거 3공화국부터 지금까지 국가적 차원의 장기적 교육정책이 부족했을 뿐 아니라 연속적이지도 못했습니다.경제발전에 쏟았던 노력의 절반만이라도 교육에 투자했더라면 좋았을 겁니다.GNP 5%를 교육에 투자한다는 공약을 조속히 지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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