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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문인·출판인 납활자 되살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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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납 활판 인쇄가 돌아왔다. 디지털 조류에 밀려 납활자를 쓰는 활판인쇄가 사라진 것을 안타까워하던 이들이 뜻을 모아 시집을 냈다. 정병규(62·사진左) 정디자인 대표, 박한수(40) 시월출판사 대표를 중심으로 한 원로 문인·출판인, 그리고 인쇄공들이 주인공이다. 1980년대 대량고속인쇄가 가능한 디지털 기술이 자리를 잡으면서 자취를 감춘 납 활판인쇄를 살리기 위한 노력이 빛을 본 것이다.

박 대표는 “인쇄공들이 오래전 현장을 떠난 데다 노인이어서 찾기가 쉽지 않았다”며 “그래서 이번 작업에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그는 “활판인쇄에 적합한 질 좋은 종이를 시중에서 구할 수가 없어 특별 주문했다”며 “이렇게 만든 책은 수명이 500년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노력이 모여 지난해 11월 경기도 파주에 ‘활판공방’을 세웠다. 이들은 현대시 100주년을 맞아 시인협회장을 지낸 이근배右, 김종해 시인 등 5명의 시집을 먼저 발간하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이근배 시인의 『사랑 앞에서는 돌도 운다』와 김종해 시인의 『누구에게나 봄날은 온다』가 먼저 나왔다. 모든 게 수작업이라 책 일련번호도 일일이 붙였다. 권당 5만원짜리 책을 1000권 한정본으로 찍어냈다.

김종해 시인은 “이렇게 훌륭한 명품을 가지게 돼 과분하다”고 말했다. 정병규 대표는 “활자문화는 한국역사의 고향”이라며 “우리 역사와 문화가 단절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월출판사는 앞으로 10년간 1년에 10권씩 활판인쇄 책을 찍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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