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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너스 정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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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지능을 신(神)으로 받드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 지능에는 강한 근육이 있지만 인격은 없다. 그것은 결코 우리를 인도할 수 없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지능론이다. 지능.논리 같은 이성은 지도자가 갖춰야할 기본적 자질이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주변 사람들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끌어당기는 힘, 바로 감성(感性)이 필요하다.

"선도형.지시형보다 감성형 리더십이 중요하다." 감성지능(EQ)의 창시자 다니엘 골먼의 주장이다. 자신이 직접 나서거나, 일일이 지시하는 리더십으론 거미줄처럼 얽힌 정보사회의 조직을 통솔하기 어렵다. 그보다 부하의 감정을 간파해 설득.동기부여를 할 줄 아는 동감(同感)의 리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차세대 리더가 갖춰야할 네 가지 자질을 제시했다. 자기인식.자기통제.상황인식.사회관계 능력이 그것이다.

"남녀는 같지 않다. 무엇보다 뇌의 구조.기능이 다르다." 신경심리학계의 정설이다. 불과 수천년 전까지만 해도 인류의 수컷은 사냥감을 찾아다녔고 암컷은 집안.새끼를 돌보는 일을 주로 했다. 자연스럽게 남성은 공간 지각능력이, 여성은 언어와 사회관계 능력이 발달했다. 세 살짜리 여자아이는 또래의 남아보다 두 배 많은 어휘를 알고 있다. 남아는 경쟁하면서, 여아는 협조하면서 자란다. 또 여성은 관계(아이.남편)를, 남성은 대상(사냥감)을 더 중시한다. 모든 것이 '초원의 사냥꾼'과 '서식처 지킴이'의 유전적 차이에서 비롯된다. 아무래도 감성형 리더의 자질은 남성보다 여성이 풍부하게 갖고 있다.

"세계화.네트워크화하는 현대 경영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유리하다. 외국어 습득 능력이 뛰어나고 다른 문화를 거부감없이 받아들이며 구성원의 마음을 더 잘 읽어낸다." 독일의 사회학자 클라우디아 엥켈만은 자신의 책 '비너스의 전략'에서 지적했다.

17대 국회 여성의원의 비율은 13%. 헌정 사상 처음으로 두자리 숫자를 기록했다. 갑자기 이슬람교 국가 수준(180개국 중 100위권)에서 프랑스.이탈리아 수준(60위권)으로 뛰어올랐다. 선거 기간에 여성을 내세운 여야의 감성정치가 도마 위에 올랐다. 하지만 여성 정치인들이 이성.감성의 두 날개로 제대로 난다면 '근육'에 인격까지 갖춘 멋진 정치가 나오지 않을까.

이규연 사회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