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칼럼>수도권은 정비가 중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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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선거전이 종반에 이르며 공약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특히수도권은 점입가경.주민 모두에게 집을 한채씩 마련해 주겠다,거미줄 같은 광역전철망을 깔아 교통지옥에서 해방시켜 주겠다는 등온통 장밋빛이다.
심지어 빚투성이인 서울시 재정을 중앙정부가 떠맡도록 「서울특별법」을 제정하겠다는 공약까지 나올 정도다.너도 나도 수도권을지금보다 더욱 잘살게 만들겠다는 제안인 셈이다.
그러면서 투자확대가 초래할 후유증은 물론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러나 수도권은 각 당(黨)의 생각처럼 그렇게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다.
우선 수도권에 한푼 더 투자하는 것은 곧바로 지방의 기회박탈로 이어져 국토개발의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킨다.또 만만치 않은수도권 내부갈등도 문제.서울.인천.경기북부.경기남부.자원보전권역.신도시 등 수도권의 각 지역은 「개발에 관한 한 입장이 서로 다른게 특징」이다.당연히 지역특성에 따라 개발가능.억제.불가를 논리적으로 결정해야 하는데 정치권이 무조건 아무데나 개발하겠다며 주민 마음만 흔드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는 또 정부 태도를 문제삼고 있다.지난 20여년 동안 줄곧 공들여 온 「수도권 억제방침」을 정치권이 마냥 뭉개는데도 왜 시종일관 모른척하느냐는 질책이다.물론 과거 정부의 「기능분산정책」은 실패했고,그래서 지금 수도권에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45%가 살고 있다.정부행정기능의 지방이전 약속,기업체 본사이전을 전혀 한 게 없으니 정부로선 할 말이 없을지도모른다. 그렇다고 수도권을 정치권 공약대로 더욱 잘살게 만든다면 결과는 불보듯 뻔하다.지방인구의 서울유입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고 수도권의 비효율.낭비는 극(極)에 달하게 된다.아무리 공약은 공약이고 정책은 정책이라지만 그래도 고삐 풀린 망 아지꼴은 발상부터 막아야 한다.
가장 바람직하기는 수도권에 살 필요가 없는 사람을 과감하게 내보내는 정책이다.국회를 꼭 서울 여의도에 둘 필요가 있는지 스스로 자문해보고,항만을 서울에서 다루는게 효율적인지 다시 생각하는게 좋다.
다음 그들이 나간 자리에는 국제기능을 보완하는 것이다.21세기는 나라가 경쟁하기 보다는 도시가 경쟁하는 시대이고 보면 국제기능은 한 지역에 집적하는게 좋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의 경부고속도로축 보다는 파주(일산)-인천(김포)-안산-화성-평택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국제기능축(서해안고속도로축)을 형성하는게 바람직한 수도권 「정비」방안으로 보인다.
음성직 교통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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