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서 헤지펀드 붐…獨 등 규제완화로 시장 급팽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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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인들은 헤지펀드를 좋아해-. "

헤지펀드 투자붐이 일면서 유럽이 '헤지펀드의 금맥'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AWSJ) 최근호가 보도했다.

헤지펀드는 각종 금융기법을 조합한 신종 금융상품을 만들어 고수익을 노리는 펀드지만 고수익에 따른 손실 위험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헤지펀드에 자금이 몰리는 것은 유럽국들이 잇따라 헤지펀드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봉에 선 국가는 독일.

올해 초 독일 금융당국이 헤지펀드에 대한 투자 규제를 완화하자 은행과 투자회사들은 초기 투자액이 50유로(약 7만원)에 불과한 헤지펀드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또 헤지펀드를 자(子)펀드로 구성한 '펀드 오브 헤지펀드'는 아예 투자금액의 제한이 없다.

독일 이외에 룩셈부르크.네덜란드.스위스 등은 헤지펀드에 대한 직접투자를, 프랑스는 펀드 오브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를 허용하고 있다.

헤지펀드의 종주국으로 불리는 미국이 순자산 100만달러 이상이거나 연간 소득이 2년 연속 20만달러 이상인 이들만 헤지펀드에 투자할 수 있도록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유럽에서는 예외적으로 영국이 미국처럼 엄격한 규제를 두고 있다. 미국과 영국에서 헤지펀드가 '부자들의 투자클럽'으로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독일의 규제완화 정책은 일단 성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독일 파생상품투자협회(GAAI)에 따르면 올해 독일의 헤지펀드 투자액(펀드 오브 헤지펀드 포함)은 80억~100억유로에 이르고, 2006년 600억유로에 이를 전망이다.

독일이 이처럼 헤지펀드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거액의 투자자금을 유치하고 있는 것은 영국을 앞서는 금융서비스센터로 발돋움하겠다는 야심이 바탕에 깔려있다는 게 AWSJ의 분석이다.

AWSJ는 런던의 펀드 관련 변호사의 말을 인용해 "독일과 달리 영국은 헤지펀드 규제를 완화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그러나 독일이 헤지펀드를 통해 런던에 앞서는 금융서비스센터로 부상한다면 결국 영국도 독일을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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