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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지명위, 백두산 통째로 “중국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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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독도를 ‘주권 미지정 지역’으로 수정해 논란을 일으킨 미국 지명위원회(BGN)가 백두산과 천지의 전부를 ‘중국령’으로 분류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BGN의 외국 지명 인터넷 검색서비스에서 백두산과 천지를 검색하면 소유권이 중국에 있다고 나온다. 마찬가지로 BGN의 지도 서비스에서도 천지 전부를 중국에 포함시켜 놓았다.

우선 백두산을 보면 BGN의 검색 페이지(사진)에서 백두산을 의미하는 ‘Paektusan’이 속하는 국가는 ‘중국(China)’이라고 명시돼 있다. 백두산을 ‘중국의 산’으로 규정한 것이다. 또 백두산의 중국어 발음 표기인 ‘바이터우산(Baitou Shan)’도 BGN의 표준지명(BGN Standard)으로 등재해 놓았다.


반면 BGN이 등재한 13개의 백두산 지명 목록 가운데 국립국어원이 제정한 백두산의 영문 표기인 ‘Baekdusan’은 찾아볼 수 없었다. ‘Paektusan’은 북한이 대외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영문 표기법이다.

BGN의 외국 지명 검색사이트에서 백두산을 검색하면 모두 23개의 검색 목록이 나오며 북한령으로 분류된 백두산은 천지가 있는 양강도 삼지연군의 백두산이 아니라 같은 이름의 다른 산이다.

BGN의 논리대로라면 ‘백두산’이라는 한국어 영문 표기마저 ‘중국의 산’을 가리키는 표기가 된다. 따라서 이 같은 BGN의 분류는 백두산 전부를 중국 소유로 분류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백두산 정상의 화산호수인 천지의 경우도 ‘중국령’으로 분류해 놓았다. 천지의 소유 국가는 ‘중국’, 유형은 ‘호수(lake)’로 분류돼 있다. 천지를 ‘중국의 호수’로 분류해 놓은 것이다. 지도 서비스에서도 중국과의 국경선은 천지 전부를 제외한 채 천지 남측 봉우리를 연결하는 선을 따라 그어 놓았다. 따라서 천지 전부를 중국 땅으로 소개하고 있다.

BGN은 또 지명 분류에서는 두만강 하구의 함경북도 나선시 우암리 ‘큰섬’을 북한령이라고 명시해 놓고도 정작 지도 서비스에서는 국경선을 ‘러시아령’으로 잘못 표시해 놓았다.

이 같은 오류에도 불구하고 BGN이 지도상에 그어 놓은 국경선을 구글과 야후 등 미국 국적의 인터넷 검색 포털들이 그대로 채택하고 있다. 실제로 이들 포털이 서비스 중인 지도에 표시된 한반도 국경선은 BGN이 설정한 국경선과 정확히 일치한다. 그만큼 파급력이 크다. 따라서 정부의 BGN 지명 및 지도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함께 오류 시정 요구 등 종합적인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김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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