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평>선거에 묻힌 북한 전쟁위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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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난 4일 북한 정부는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를 더 이상 존중하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했다.3월29일 있었던 김광진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의 전쟁 가능성 시사에 이은 위협이다.
며칠전 북한의 주 러시아대사 손성필(孫成弼)도 한반도 사태를『전쟁전야』라고 표현했다.같은 날 일본 정부의 관방장관은 한반도의 전쟁 시기를 오는 6월로 예정하고 이에 대한 일본의 대응조치들을 구상하고 있다고 발표했다.주한 미군 사령관을 지낸 개리 럭 장군도 미국 의회에서 한반도의 전쟁위기를 증언했다.
우리 국방당국에서도 위기대응조치를 철저히 취하고 있으리라고 믿지만 국민들은 이 문제를 강건너 불로 보는 것같아 안타깝다.
선거열기에 모든 다른 문제들이 묻혀 버렸기 때문이다.
전쟁을 하려면 세가지 요건이 갖춰져야 한다.의지.능력.관심이그 요건이다.의지란 전쟁에서 파생될 피해와 희생을 감수할 각오의 정도를 말한다.능력은 정해놓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물리적 힘이다.그리고 관심의 정도는 어느 정도의 국 력을 할당할 것인가 하는 힘의 배분 비율로 측정한다.
북한은 지금 아주 어려운 상태에 놓여 있다.체제개혁을 전제하지 않는 한 현재의 경제난국을 풀어갈 수 없게 돼있다.정치적으로도 김정일(金正日)의 권력 구축 노력은 어려움에 부닥치고 있다.「김일성(金日成)의 아들 김정일」이란 것만 가 지고는 통치에 필요한 권위를 확보하기 어렵다.이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북한이 전쟁을 감수한다고 한다면 그것은 「죽기 아니면 살기」라는 극한적 동기의 전쟁이 될 것이므로 전쟁의지는 강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전쟁수행능력 평가에 대해서는 견해가 갈린다.수적으로는 병력.
주요 무기 보유량 등에서 한국군을 앞서나 군대의 사기.무기성능에 많은 약점이 있어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견해가 있는가 하면 단기적인 기습전을 수행하는데는 충분하 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
지난해 미국정부 산하의 한 연구소에서 작성해 놓은 보고서를 보면 북한은 초전에서 5일내에 약20㎞(FEBA-B)쯤 전진하게 되리라 평가하고 있다.북한군의 4개 군단과 3개 기갑군단은그동안 한.미 연합군의 항공전력으로 붕괴되리라는 계산이다.
이 보고서에서 걱정하는 것은 북한이 화생방전을 감행할 가능성이다.화학무기를 탑재한 스커드 미사일 한발로 서울 인구 3천~12만명을 죽일 수 있으리라는 계산이며,만일 핵탄두를 발사하면10만~40만명의 인명을 살상할 수 있을 것이라 는 예측이다.
북한은 현재 프로그(70㎞ 사정) 50기정도,스커드B(3백㎞ 사정)20기,스커드C(5백㎞ 사정) 12기 정도를 가지고 있으며 약1천개의 화학탄두를 보유하고 있다.북한의 공격을 격퇴하고반격해 전쟁을 종식시키는데는 한국군 이외에 미 지상군 5개사단,해병 5개연대,전술항공기 7백20대,폭격기 1백대,그리고 4~5개의 항모전단이 필요하다고 계산하고 있다.이것이 미국이 현재 그려보고 있는 「6월전쟁」에 대한 그림이다.
남북한간의 전쟁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이기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일어나지 않도록 억제해야 한다.지난 전쟁에서 우리는 인구의 1할을 잃었다.더 이상 동포가 목숨을 잃어서는 안된다.
전쟁을 어떻게 억제할 것인가.북한이 승산이 없음을 판단할 수있도록 만들어야 한다.의지.능력.관심 모든 면에서 우리가 충분한 대응태세를 갖추고 있음을 북한당국에 분명히 알려야 한다.북한이 동족상잔(同族相殘)의 무모한 전쟁을 시작■ 면 끝까지 추적해 응징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어야 하며 그럴 수 있는 능력을갖춰야 한다.
손자(孫子)가 이르기를 내가 지지 않도록 내부단속을 해놓고 상대가 질 상황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先爲不可勝而待敵之可勝)이 전쟁을 막는 길이고 이기는 길이라 했다.북한이 혹시라도 우리의 내부정세가 어지러워 싸우지 못할 상태가 되 어 간다고 착각하지 않도록 우리의 안보태세를 다듬어야 한다.그것이 우리와북한동포를 함께 살리는 길이다.「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는 말이 있다.우리는 절대적으로 평화를 원한다.그런 뜻에서철저히 전쟁준비를 해두어야 한다.
선거를 앞두고 온 국민이 정치싸움에 휘말려 정작 챙겨야 할 것을 등한히 할까 걱정되어 한마디 해 보았다.정치싸움은 튼튼한대한민국을 만들어 놓은 후에 해도 늦지 않다.
이상우 서강대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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